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친오빠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신해 위임통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기와 배경 등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정보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20일 "(국정원에서) 위임통치라는 말이 나왔고 김 제1부부장이 국정 전반에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면서 "아직 후계자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김 제1부부장에게 권력이 조금씩 이양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도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 의원은 북한의 권력이 김 제1부부장에게 조금씩 이양되는 이유로 김 위원장의 통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기 위한 것이고, 또 정책이 실패했을 경우 김 위원장에게 집중될 수 있는 비난의 화살을 나눠서 지는 책임회피 차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 의원은 "위임통치는 김 제1부부장 1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박봉주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는 경제분야를 위임받았고 군사분야는 최부일 부장, 전략무기개발은 당 중앙위군사위 부위원장인 이병철 등도 부분적 권한이 이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3일 북한이 신임 내각총리에 김덕훈 노동당 부위원장을 임명하고 전략무기개발을 총괄해온 이병철은 북한 정치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했다. 내치와 전략무기 분야를 잘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후계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미 지난 4월 김 위원장 유고설이 돌 때부터 제기됐다. 김 위원장이 지병으로 사망했고 백두혈통으로서 김 제1부부장이 북한 권력의 정점에 섰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일 김 위원장이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서 건강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김여정 승계설'은 부정됐지만 건강이 나빠 '시한폭탄'처럼 언제 쓰러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김 제1부부장이 '포스트 김정은 시대'의 대안이 된다는 것은 확실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김 제1부부장은 대남 관련 발언을 도맡아 하면서 북한에서 정치력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6월 벌어졌던 대북전단(삐라) 사태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태의 이면에는 김 제1부부장이 있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비핵화 협상 등 국가의 큰 줄기는 오빠인 김 위원장이 직접 챙기고, 그것보다는 후순위로 평가되는 대남 관련 정책에서는 김 제1부부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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