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위 보고 북한내부정세 자료
30페이지 분량 보고서, 10페이지가 '위임통치'
보고서에 이례적인 많은 비중
김여정 담화문, 北주민들에 암송시켜..후계자급 대우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신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힌 국가정보원의 보고가 '이례적'이란 평가 속에 실제 해당 보고서에서도 위임통치 비중이 상당했다.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원의 30페이지 분량 '북한 내부정세 자료'에서 약 10페이지 정도가 '위임통치'로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국정원에서도 북한의 위임통치가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북한 내부에선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문을 북한 주민들이 암송하도록 하는 등 후계자급에 준하는 대우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후계정치 단계로 진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정보위 소속 한 의원은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에서 준비한 파워포인트 형식의 문서가 대략 30페이지 정도 되는데 그 중 10페이지 정도가 위임통치 챕터로 보고됐다"며 "코로나19, 수해, 핵미사일 등 이런 것들에 비해 위임통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에서 이렇게 보고한 것이 이례적이긴 하다"라면서 "보고서의 30% 이상이 위임통치 내용이 설명돼있었고, 그 안에 김여정 부부장, 김덕훈 신임 내각총리, 최부일 부장 등의 형식으로 나열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국정원에서 김여정이 2인자라고 밝혔다"며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암송하게 하라고 한 것은 거의 후계자급에 맞먹는 것이다. 다만 아직 후계자는 결정된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보위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고, 국정원에서도 따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권력 구도 변화에 대한 우리 정보당국의 공개적인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국가가 아닌 북한이 현 김정은 정권 유지라는 평시 상황에서 국정원 주장대로 이같은 권력 분산 성격의 위임통치가 전개되고 있다면 매우 이례적이란 해석도 나온다. 지도자 1인에 권력이 집중되는 북한 정권 특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점에서다.
이런 가운데 '위임통치'란 표현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긴급 진화에 나섰다.
아울러 전날 중간 브리핑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국정원 측에선 위임통치 보고를 철회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기자들에게 "위임통치라는 말을 쓴 것은 총괄한다는 의미"라며 "총괄을 해도 중요한 업무는 김정은이 직접 챙긴다는 이 정도로 보면 된다. 법적인 위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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