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하객 50명 제한에 마스크 쓴 양가 부모님… '울상된 잔칫집' [현장르포]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결혼식장
초청된 하객들 대부분 가족 '씁쓸'
뷔페식당 문 닫아 적막함만 가득
업주도 연기·취소에 "문 닫을 판"

하객 50명 제한에 마스크 쓴 양가 부모님… '울상된 잔칫집' [현장르포]
경기도 소재 한 결혼식장에 지난 22일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하객 제한으로 예식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이병훈 기자
하객 50명 제한에 마스크 쓴 양가 부모님… '울상된 잔칫집' [현장르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강화 조치 후 첫 주말인 지난 22일 경기도 소재 한 결혼식장 내 뷔페 식당의 운영이 중단된 모습. 사진=이병훈 기자
정부가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강화한 첫 주말 열린 결혼식은 적막함마저 흘렀다. 50명으로 제한된 하객과, 문을 닫은 뷔페 식당으로 결혼식장은 분주한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신랑·신부의 가족과 일부 지인만 참석한 예식은 모두 1m씩 거리를 유지한 채 차분한 분위기로 부부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부모님도 마스크… '적막한 예식장'


지난 22일 경기도 소재 한 예식장에서 열린 결혼식은 사전에 초청받은 신랑·신부의 가족과 친지, 일부 지인 등 50명만이 초청된 채 진행됐다.

예식장 직원은 식장에 들어서자 열화상 카메라 앞을 지나가도록 하고, QR코드 체크인을 안내했다. 이 직원은 "마스크를 코까지 덮어 써 달라"고 수차례 당부하면서 "결혼식 시간마다 공무원이 체크를 하고, 위반 사항이 있을 시 벌금을 물리고 있다"고 주의를 줬다.

예식장은 평소와 달리 떠들썩한 분위기가 실종됐다. 하객을 제한하고 뷔페 식당의 문을 닫은 채 결혼식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초청된 하객도 가족들이 대부분이라, 축의금 접수대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예비신부 A씨(32)는 "지난 5월에서 한 차례 결혼식을 연기해 더이상 미룰 수는 없었다"며 "(정부 지침이 내려온)이번 주 내내 마음 고생이 심했고, 하객을 50명 이하로 맞추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고 토로했다.

예식에 참석하는 하객은 이름과 연락처를 모두 기재해야 했다. 사회자, 사진사 등 진행 인원을 감안하면 하객은 40여명에 불과했다. 양가 부모까지도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진행돼 평소와 다른 분위가 연출됐다.

예식장은 하객이 50명이 넘을 시에는 다른 하객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고, 별도의 공간에서 TV를 통해 예식을 관람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식장 운영 30년째인 업주 B씨(57)는 예식을 바라보며 "처음에는 구청에서 신랑과 신부까지도 마스크를 쓰라는 지침이 내려와, 강력히 항의했다"며 "인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 사진을 마스크 쓰고 찍으면 되겠나"라고 씁쓸해했다.

"수입 20%도 안 돼" 업주도 '분통'


하객이 제한되고, 결혼식 연기가 잇따르자 B씨는 "문 닫을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예식장은 다음 주(29~30일) 예약된 결혼식은 모두 위약금 없이 연기한 상황이다.

B씨는 "보통 300여명이 참가하는 결혼식 하객이 50명으로 제한되면 예식장 수입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며 "뷔페 운영이 금지되면서 준비해 둔 식재료도 모두 폐기처분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예식장을 30년 간 운영하면서, 이렇게 축하를 받지 못하고 결혼하는 부부는 처음 본다. 나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식업중앙회에 위약금 감면과 최소보증인원 조정을 요청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예비부부 사이에서 결혼식에 대한 고민이 늘어가자 내린 조치다.

예식업중앙회는 공정위 요청을 수용하면서 △결혼예정일부터 최대 6개월까지 위약금 없이 연기하고 △개별 업체 사정에 따라 최소보증인원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예식업중앙회 회원사가 전체 예식업체의 30% 수준에 불과해, 예비부부의 피해는 이어질 전망이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