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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인게 원망스러워요" 학원 옆 스터디카페 몰린 高3들 [현장르포]

대형학원 운영제한 원격강의 전환
소규모 학원 몰려 집단감염 우려
수능 연기설 떠돌며 불안감 가중
수험생 "마음 다잡지만 쉽지 않아"

"올해 수능인게 원망스러워요" 학원 옆 스터디카페 몰린 高3들 [현장르포]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25일 서울 신촌로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강사가 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쌍방향 실시간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학원은 최근 정부가 이달 30일까지 300인 이상 대형학원의 문을 닫도록 하면서 수업을 쌍방향 실시간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 문제 중요합니다!"

확신에 찬 강사의 목소리가 텅 빈 강의실을 넘어 적막한 복도까지 울렸다. 서울 노량진의 한 학원에선 강사가 카메라를 응시한 채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강의실은 비었고 복도 불은 꺼져 있었다.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의 방역수칙 강화로 현장 수업이 불가능해지자 학원가에선 이처럼 원격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텅 빈 교실서 실시간 원격강의

수능을 100일 앞둔 25일 대입학원들이 몰려 있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는 한산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정부가 지난 23일부터 300인 이상 대형학원에 대해 운영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조치에 학원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능날이 다가오면서 갈 길이 바쁜 수험생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원별로 분주히 움직였다.

노량진 대형 대입학원들은 실시간 원격수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수업 방식은 비대면으로 이뤄질 뿐 달라지지 않았다. 수험생의 학습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조회, 수업, 종례 등이 기존 학원 시간표와 동일하게 진행됐다. 강사들은 빈 강의실에서 판서했고, 이 모습은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학원 관계자는 녹화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생활 패턴이 망가질 수 있어 실시간 강의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고 9월 16일 평가원 모의고사도 있다 보니 학생들이 불안감을 많이 느낀다"며 "실시간 강의는 학생들의 패턴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학생들은 평균 출석률 95%를 넘기며 학원 지침에 잘 따라주고 있다"고 밝혔다.

300인 이상 대형학원의 운영이 제한되자 소규모 학원은 반사효과를 누리는 모양새다. 동작구 일대 소형 입시학원들에는 최근 입시 상담을 요청하는 문의가 쇄도했다. 감염을 우려하는 다수의 부모들은 방역지침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는 후문도 있다.

학원 관계자 A씨는 "1분 1초가 아까운 시기에 학부모들이 손놓고 있을 수 없지 않으냐"며 "원격강의를 들을 수 있겠지만 학생들이 집에 있으면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과외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소형학원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갈 곳 없는 수험생… 스터디카페 ‘북적’

학원가에 위치한 스터디카페도 갈 곳 잃은 수험생으로 붐비고 있었다. 약 100석 규모의 한 스터디 카페는 이날 낮 12시 기준 좌석이 단 1개 남은 상황이었다. 자리를 메운 학생들이 모두 수험생은 아니겠지만, 대학입시 관련 서적을 세워놓은 것을 봤을 때 수험생도 적지 않아 보였다.

일부 스터디카페는 수요가 증가해도 방역지침에 따라 좌석수를 줄이면서 이용자가 감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스터디카페 관계자는 "어떻게든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좌석이 없는데 어쩌겠느냐"며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서 정상 운영되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고3을 제외한 초·중·고교, 특수학교에 대해 다음달 11일까지 등교수업을 하지 않고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00일 앞둔 수능일과 관련해 연기설이 떠돌면서 수험생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능 시험일이 다시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량진 카페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고3 B양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며 "학원이 닫아서 제대로 공부할 곳이 없는데 시험 볼 생각하면 눈앞이 아득하다. 올해 수능을 봐야 하는 상황이 원망스럽다"고 하소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