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2012년 국유화
일본 방위상으로는 처음으로 8월 초 시찰 검토
中 자극 할 수 있다는 만류에 보류
'포스트 아베' 행보..최근 잇따라 튀는 행보
고노 다로 방위상.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차기 일본 총리 자리를 놓고 인기가 급상하고 있는 고노 다로 방위상이 이달 초 일본 방위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중·일간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상공을 전격 시찰하려다가 보류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최근 이 지역에서의 중·일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이용, 존재감을 과시하려던 방위상의 돌출 행보일 뻔했으나,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방위성 내 판단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노 방위상이 지난 8~9일 오키나와현 육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 부대를 시찰하면서 이에 맞춰 센카쿠열도 상공 시찰도 일시 검토했었다고 보도했다. 실현됐다면, 일본 방위상으로는 센카쿠열도 첫 시찰이었다.
일본은 2012년 이 지역을 국유화했다. 이에 반발한 중국은 접속 수역 출몰 등으로 맞섰는데, 올들어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공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무려 111일이나 중국 정부 선박이 이 지역에 출몰했다. 중국이 본격 해양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노 방위상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 선박의 출몰과 관련, "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이 연계해 필요한 경우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고노 방위상은 시찰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방위상의 센카쿠열도 시찰은 방위성 내에서는 일종의 금기다.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고노 방위상이 이번에 안갔을 뿐, 언젠가는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지난해 9월까지 외무상을 맡았던 고노 방위상은 일본 정가에서 '외로운 늑대', '이단아' 등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보수 자민당 소속이나, 소장파적인 면모가 강했다. 일본의 한 중견 언론인은 고노 방위상을 가리켜 "일본 언론사들에 자민당과 정권의 비위를 제보하겠다며 전화를 걸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에서 외무상, 방위상에 기용되고, 차기 총리 주자에 가까워질수록 개혁적 성향 보다는 정권 순응적인 성격으로 변해갔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에는 돌출 행보가 잦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 어쇼어(탄도미사일 요격체계)배치 계획을 사실상 독단적으로 철회했다. 또 대안 논리로 부상한 '적 기지 공격능력' 추진과 관련, "한국 등 주변국의 양해가 필요없다"고 강경 발언을 내놨다. 이로 인해 일본 온라인 상에서는 "할 말을 하는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또 기존 정치권 인사들과 달리, 모계(여성)일왕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아 이목을 이끌었다. 각종 차기 총리감 여론조사에서 그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에 이어 당내 3위다.
한편 고노 방위상은 오는 29일 미국령 괌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미·일 국방장과 회담을 열어 이지스 어쇼어 철회에 따른 새 미사일 방어 전략, 중국의 해양 진출 대응,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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