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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재용 기소 움직임, 상식적이지 않다

4년째 사법리스크 노출
불기소 권고 걷어차려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소는 상식적이지 않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26일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13명이 표결에 참여해 10대 3으로 나왔다. 예전 같으면 검찰은 권고를 수용하고 수사를 접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두달 넘게 질질 끌더니 결국 기소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장고 끝에 나온 악수다.

'이재용 기소'는 검찰이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곧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다. 검찰이 맡은 바 일을 잘하는지 자발적으로 외부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취지다. 일종의 검찰판 배심원단을 둔 셈이다. 검찰의 힘은 기소독점권에서 나온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심의위를 설치한 것 자체가 큰 결단으로 평가받았다. 이번에 권고를 거슬러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 검찰의 이미지 개선 노력은 말짱 헛일이 된다.

근본적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중복수사, 과잉수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미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검이 파헤친 국정농단 사건에 얽혀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재판은 대법원을 거쳐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은 국정농단 재판에서도 큰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파기환송심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는 게 순리다.

특검과 별개로 검찰이 새로 꼬투리를 잡은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회계부정 의혹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회계 전문가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린다. 삼성 측은 일관되게 국제회계기준을 따랐다고 주장한다. 검찰 수사도 아직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 삼바 사건의 본질은 회계부정이지만 검찰은 곁다리인 증거인멸에서만 부분적인 성과를 올렸을 뿐이다. 과잉수사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새 삼바는 코스피 시가총액 5위의 우량기업으로 쑥쑥 컸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6년부터 여태까지 4년간 사법 리스크에 노출됐다. 특검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다시 검찰이 비슷한 건을 앞세워 목을 조일 참이다. 정보기술(IT) 기업에 4년은 생존을 가를 만큼 긴 시간이다. 검찰에 불려다니며 4년을 버틴 삼성이 역시 대단한 기업이란 자조가 나올 판이다.
이 부회장에게 특혜를 주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검찰이 상식 선에서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면 된다. 행여 검찰 내 알력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하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