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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재용 끝내 기소, 이러니 기업할 맛 나겠나

성장률 뚝뚝 떨어지는데
검찰도 기업때리기 가세

검찰이 1일 끝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을 불구속 기소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법을 어겼다는 게 핵심 혐의다. 5년 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변경 등이 모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걸었다.

검찰의 독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압도적인 표차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수사심의위는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검찰 스스로 2018년에 만든 조직이다. 여태껏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순순히 수용했다. 하지만 유독 이재용 건은 뒤집었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해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사안의 중대성도 모르고 명백한 증거도 외면했다는 것인가. 검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복수사 논란도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검이 파헤친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받는 중이다. 재판은 대법원을 거쳐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국정농단 재판에서도 경영권 승계 논란은 핵심 변수다. 다른 게 있다면 국정농단 재판은 특검의 작품이고, 이번 기소는 검찰이 만든 작품이란 점이다. 하지만 특검이든 검찰이든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같은 사안으로 두 번씩이나 고초를 겪는 셈이다.

이래서야 어디 기업인이 기를 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근혜정부 시절의 국정농단 사건까지 거슬러 오르면 이 부회장은 벌써 4년째 검찰과 재판에 불려다니는 신세다. 특검의 국정농단 재판이 종착지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번엔 검찰이 비슷한 사안을 놓고 다시 칼을 뽑았다. 검찰의 기업수사는 질질 끄는 걸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수사에만 1년7개월이 걸렸고, 수사심의위 권고가 나온 뒤 2개월을 더 끌다 결국 기소 결정을 내렸다. 하루가 천금 같은 기업인들로선 피가 마를 일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재계는 차라리 입을 다물었다. 기업이 주인공이 돼야 할 혁신성장은 립서비스에 그쳤다. 그 대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반기업 법안 처리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 마당에 검찰까지 기업 발목잡기에 가세했다.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 속에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자영업자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고, 일자리는 무더기로 사라진다. 기업인을 업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우리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내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