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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이재용 기소에 한국경제 후폭풍 주목

"삼성 주요사업 심각한 위협"

【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윤재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지난 1일 불구속 기소 처분에 대해 주요 외신들이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기소에 대해 중화권 매체들이 이례적으로 한국경제에 미칠 후폭풍에 주목했다.

중국 경제매체 재일재경은 2일 '이재용 삼성총수 다시 기소, 한국 재벌 시스템을 흔들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사법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삼성 측이 2017년 사건 발생 이후 압수수색 50여건, 전·현직 임직원 110여명 소환 등의 조사를 받았으며 '특정기업을 조준했다'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재일재경은 단기적으로 이 부회장과 삼성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도 있지만, 유사 소송이 5년 이상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사업에선 심각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 부회장이 연루된 혐의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승계를 위해 불법을 저질렀는지 여부이며 한국에서 40~50%에 이르는 상속세 부과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건의 배경과 이 부회장의 혐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면서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액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해당하며 이는 한국 경제 건전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해석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이 부회장의 기소로 삼성그룹이 세 가지 위협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우선 이 부회장 불법 개입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삼성그룹의 공격적인 투자와 대규모 인수 합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 정부와 여당이 개정을 추진하는 '보험업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20조원 이상 매각해야 하고 이후 5조원 규모의 법인세도 납부해야 한다. 이는 곧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자유시보는 설명했다.

아울러 자유시보는 외부 경쟁자의 도전도 주목했다. 대만 반도체업체 TSMC는 삼성에 앞서 '2나노 공장' 건설에 22조원을 투자키로 결정했고 경쟁사 중 하나인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기업인 영국의 ARM 인수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화권 외에 서구와 일본 외신들도 이번 기소가 삼성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일본 NHK방송은 이 부회장이 이번에는 다른 혐의로 기소됐다며 삼성그룹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도 이 부회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둘러싼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두번째 재판까지 안게 되면서 이번 기소가 삼성의 경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검찰에 확실한 승산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또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고 검찰의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6월 이 부회장을 유죄로 볼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자 한국 사회에서 이 사건에 대한 의구심이 일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우려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