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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통신장비 진격의 삼성, 기업은 놔두면 잘한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인 미국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5세대 통신(5G)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삼성은 향후 2025년까지 지속적으로 버라이즌에 5G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하게 된다.

국내 통신장비 역사상 단일 규모 최대 수출이라는 사실이 뿌듯하다. 코로나19로 수출전선은 곳곳이 가로막혀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업체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삼성의 계약으로 같이 득을 보게 될 국내 중소협력사는 80개가 넘는다. 삼성의 5G 장비 국내 부품비중은 60%에 달한다. 시련의 연속인 산업 현장에서 동반성장 기쁨을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계약의 큰 의미는 삼성의 5G 리더십이 본격 빛을 발하게 됐다는 점이다. 세계 기지국 투자의 4분의 1이 미국에서 나온다. 미국 진출 20여년 만에 핵심 장비 공급자로 인정받은 삼성은 향후 글로벌 공략에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런 성과는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안목과 집중적인 투자의 결실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180조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바이오·전장용 반도체와 함께 5G를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선정했다. '더 멀리 내다보며 선제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자'는 경영철학이 바탕에 있었다. 계약 규모가 크고 장기간 협력이 필요한 5G 비즈니스는 상호 신뢰가 성패를 좌우한다. 이 부회장이 전 세계 통신 리더들과 적극 교류를 이어온 건 이런 이유에서다. 장비 수주 때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직간접 지원을 해왔다.

4차 산업혁명의 진원지이자 가장 격렬한 승부가 펼쳐지는 곳이 통신업계다. 특히 통신장비 시장은 선두이던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세계 각국에서 배제되는 상황이어서 판이 급속히 재편되는 시기다. 지난해 말 기준 화웨이의 세계 기지국 시장 점유율은 32%였다. 10%대인 삼성은 에릭슨, 노키아에 이어 4위다.
지금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주도권이 좌우되는 건 물론이다. 한시가 급한데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들 발목만 잡는다. 이런 정서가 바뀌어야 지금의 난국을 이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