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촬영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국제 공항 내부.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최근 중국 유학생과 연구자들의 간첩 혐의를 수사중인 미국 정부가 공항에서 중국인 학생에 대한 불심검문 강도를 크게 강화했다. 유학생들은 기밀 정보를 들고 버젓이 국제선 민항기에 타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며 미 당국이 순전히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 공항 보안요원들이 중국행 출국편에 탑승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노려 무차별 불심검문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 아이비리그 명문대 중 한곳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진행 중인 익명의 중국 학생은 최근 미국 공항에서 중국행 탑승 게이트로 이동하던 중에 "2명의 보안요원들이 곧장 나에게 다가와 마치 범죄자 취급하며 전자 기기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를 놓칠까봐 비밀번호를 말하라는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박사과정 유학생은 공항에서 1시간 동안 취조를 당한 끝에 연구 자료가 있는 노트북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 심적으로 준비를 했지만 완전히 화가 났고 순전히 괴롭힘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IT 기업들에게 지적재산권 절도와 간첩 혐의를 적용해 제재에 나섰다. 동시에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들어온 중국인도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 결과를 훔치는 잠재적인 간첩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미 정부는 지난 6월에 연구원 자격으로 미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UCSF)에서 연구중이었던 중국군 장교를 비자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다음달에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같은 7월에 중국 국적자 4명을 비자 사기 혐의로 기소하며 연구원으로 가장한 중국 장교들이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FBI가 수사 중인 중국 관련 간첩 사건만 약 2000건에 이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중국 유학생의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을 자주 오가는 유학생들은 이러한 당국의 수사 확대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 국제교육협회(IIE)에 의하면 2018~2019년 사이 약 37만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에 머물렀고 이는 미국 내 전체 해외 유학생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미 세관국경보호국에 따르면 2019년 10월까지 1년 동안 국경지역에서 실시된 전자기기 검색 건수는 4만913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22% 증가했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국경 지역에서 미 당국이 영장 없는 불심검문을 자행하고 있다며 여행자들을 대표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노트북을 빼앗겼다던 유학생은 FT를 통해 "만약 내가 연구 결과를 훔쳤다고 해도 훔친 자료를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개인 노트북에 넣어 다닐 이유가 없다"며 미 당국이 효과도 없는 검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미국 내 중국 유학생들에게 임의 조사와 체포에 유의하라고 권고했다. 같은달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베이징 교육기업 뉴오리엔탈그룹의 설문 결과를 인용해 올해 중국 학생의 42%가 선호 유학 지역으로 영국을 택했고 미국을 택한 응답자가 37%였다고 전했다. 4년 전 같은 조사에서 미국을 택한 학생 비율은 46%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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