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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결실

[현장클릭]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결실
지난해 4월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사, 단말 제조사가 갑자기 바빠졌다. 당초 한국은 세계 최초 5세대(5G) 통신 상용화 시점을 4월 5일로 잡았다. 그런데 미국 버라이즌이 한국보다 하루 앞선 4월 4일 5G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록 스마트폰이 아닌 고정형 무선접속(FWA) 방식의 5G 상용화였지만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뺏길 위기였다. 따라서 한국은 4월 3일 밤 11시 5G 스마트폰 개통을 시작해 비로소 세계 최초 타이틀을 지킬 수 있었다.세계 최초 5G 상용화 이후 곧바로 정부는 5G+ 전략을 발표했다. 5G를 새로운 혁신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목표였다. 특히 5G+ 전략산업 가장 윗단에는 네트워크장비가 이름을 올렸다. 당시만해도 네트워크장비 시장에서 한국은 제대로된 힘을 쓰지 못했다. 네트워크장비 시장을 이끄는 곳은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였다. 실제 2018년 기준 4G에서 삼성전자의 네트워크장비 시장점유율은 7.4%에 그쳤다. 정부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높여 설정했다. 처음에는 다소 허황된 수치로 여겼다.

1년여가 지나자 삼성전자가 낭보를 전해왔다. 미국 버라이즌에 5G 네트워크장비와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계약 규모만 8조원에 달하는 국내 네트워크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단일 수출 계약이다. 버라이즌은 미국 최대 이통사로 가입자 1억8000만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성과를 바탕으로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의 추가 계약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소식에 한국이 그토록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목을 맸던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 봤다. 전세계가 올해나 5G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을 때 한국은 유일하게 지난해 초반으로 5G 상용화 시점을 잡았다. 때문에 이통사나 단말 제조사, 네트워크장비사들은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일각에서는 무리라는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어렵게 세계 최초 타이틀을 따내자 그간의 고생은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
해외 유수의 이통사들은 5G를 배우러 한국의 이통사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애플도 출시 못한 5G 단말을 내놓고 있다. 5G+ 전략산업 1순위였던 5G 네트워크장비 수출까지 이뤄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세계 최초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쏟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