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30대 여성 강도 살해 피의자 구속 송치…시신 은닉까지 시도
31일 제주시 도두1동 제주시민속오일시장 뒷편 이면도로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 변사체가 발견됐다.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 2020.08.31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국제공항 인근 밭에서 편의점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을 살해한 20대 남성이 평소 인터넷 방송 여성 비제이(BJ)에게 빠져 선물을 주느라 돈을 탕진하면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서부경찰서는 10일 오후 1시 피의자 A씨(28)를 강도 살해와 시신은닉 미수, 신용카드 부정사용,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30일 오후 6시50분쯤 제주국제공항 인근 인적이 드문 밭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B씨(39·여)를 살해해 시신을 숨기고,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사용한 혐의로 붙잡혔다.
경찰은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A씨를 8월31일 밤 10시48분쯤 서귀포시내 모 주차장에서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지난 4∼7월 택배 일을 하다가 '생각보다 돈이 안 된다'며 택배 일을 그만둔 뒤 현재는 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초 경찰 조사과정에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추가 조사 결과, A씨의 주장을 뒤집는 정황이 포착됐다. A씨는 인터넷방송 여성 BJ에 고가의 선물을 후원해오다 모아둔 돈을 전부 탕진하고 신용카드마저 정지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개인적인 빚을 청산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수천만원의 대출까지 받게 된 A씨는 돈에 눈이 멀어 취객이나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계획했고, 지난달 28일부터 사건 당일인 30일까지 제주시 민속오일장 등을 배회하며 대상을 물색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신용카드로 편의점에서 생필품 등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범행 5시간 뒤 다시 범행 장소를 찾아 시신을 은닉하려던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경찰로서 이런 피해를 미리 막지 못한점에 대해 한없이 책임과 미안함을 느낀다"면서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더 나은 안전한 제주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혹여 피해자와 관련된 근거없는 소문이 퍼지거나 명예 손상을 가하는 경우가 발생시에는 관련법령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피해자 아버지는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민속오일장 인근 30대 여성 살해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게시했다.
청원인은 "딸은 작은 편의점에서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 후 도보로 1시간 30분 거리인 집까지 걸어서 귀가했다"며 "사건 후 알게 됐지만, 딸은 '운동 겸 걷는다'는 말과 달리 교통비를 아껴 저축하기 위해 매일 걸어 다녔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는 1톤 탑차를 소유하고 택배 일도 했다는데 일이 조금 없다고 교통비까지 아껴가며 걸어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끔찍한 일을 벌였다"며 "갖고 있던 흉기로 살인했다는 것으로 미뤄 계획 살인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내 딸이 아니었어도, 누군가 그곳을 지나갔다면 범죄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며 "또다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달라"고 강조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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