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교통사고 상해유형의 변화와 대인배상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
[파이낸셜뉴스] # 50대 남자 박씨는 2018년 10월 도로주행 중 앞서가는 피해차량의 후미부분을 접촉한 경미사고로 사지의 단순타박(상해급수 14급)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사고 후 14일 간 정형외과 입원 치료 후 최근까지 한의원에서 약치료, 추나요법 등의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613만원에 달한다.
매년 급증하는 자동차보험 보험금의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경상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씨의 사례처럼 단순 타박임에도 장기치료하는 소위 나이롱 환자에게 지급하는 치료비가 급증하면서 보험금 누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험금 누수는 연간 약 2%의 보험료 조정압력으로 작용해 선의의 피해를 양산하고, 소비자 민원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보험연구원의 '교통사고 상해유형의 변화와 대인배상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자동차보험 보험금은 연평균 4.9% 증가했지만, 부상환자에게 지급된 대인배상 부상보험금은 연평균 12.4%, 전체 대인배상 보험금은 5.6%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부상보험금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경미사고와 경상환자의 증가다. 경상자(5일 이상 3주 미만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환자), 부상신고자(5일 미만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환자) 수는 각각 연평균 3.3%, 6.0% 증가하고 있다. 경상환자임에도 치료비와 합의금(향후치료비)은 지속적으로 증가, 1인당 치료비와 합의금은 연평균 각각 4.8%, 7.8% 증가했다. 특히 경상환자의 1인당 치료비는 한방치료비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매년 20~30%씩 증가해 이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악화되고 손실액이 커지는 상황이다.
또한 경상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국내 대형손해보험사 관련 자동차보험 민원 가운데, 대인배상 관련 민원 비중이 29.2%에서 35.7%로 상승했고, 건수 기준으로는 연평균 17.3% 증가했다. 전용식 연구위원은 "교통사고 당사자들은 경미한 상해 치료비의 적절성, 피해자에 대한 인식, 합의금 등 보험금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환자의 치료비가 급증하는 이유는 과실비율이 100%가 아니라면 치료 기간과 치료비를 제한하지 않는 치료비전액지급보증제도 때문이다. 박씨의 사례처럼 환자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게 되면 이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캐나다의 경우 초진 이후 경상환자의 치료 기간을 12주로 규정하고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보험회사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경상환자 판단 기준과 치료 방법, 기간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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