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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량 급증에 질주하는 오토바이, 브레이크 장치는 [가긁인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배달 오토바이
신호위반·소음에 시민들 골머리... 대책마련 촉구
복잡한 주행패턴에 후면 번호판으로 단속 어려워
교통당국과 배달업체, 안전교육 실시 등 개선 나서
“이륜차 면허·교육부터 보험체계까지 종합대책 필요”

[파이낸셜뉴스] “오토바이 소음규제와 안전운행에 대한 단속이 시급합니다.” “배달 폭주에 오토바이 단속 실효성에 대해 청원합니다.”
지난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배달 오토바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 안전운행을 촉구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배달 급증에 따른 오토바이의 교통수칙 위반, 소음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14일 정부 당국과 배달업체가 안전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불법 질주를 막기 위해서는 단속강화·안전교육 등 ‘지속가능한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배달 오토바이 안전·소음 문제↑... “사실상 단속 어려워”
음식배달이 보편화되면서 배달 오토바이는 도로 위라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 방역당국 또한 음식점 내 식사보다는 포장·배달을 권고하면서 음식 배달량이 급증했다.

문제는 언택트로 인한 편리함 이상으로 배달 오토바이 교통안전 및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신문고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배달 오토바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안전하게 운행하는 라이더가 더 많지만 배달 오토바이가 ‘도로 위의 무법자’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요즘 말 많은 배달 오토바이들을 보면 필요악이란 말이 생각난다”며 “대체 경찰은 왜 헬멧 안 쓰고 신호 위반하는 오토바이를 단속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배달량 급증에 질주하는 오토바이, 브레이크 장치는 [가긁인턴]
최근 5년간 이륜차 교통사고 연도별 추이. 2019년 이륜차 교통사고는 2만건을 넘어섰다. 출처=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 문제는 통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올해 상반기 오토바이 등 이륜차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265명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고 밝혔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가 2만건을 넘어섰다.

시민들의 문제제기에 경찰은 배달 오토바이 단속·관리에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륜차 사고 다발지역 중 하나인 수유사거리를 관할하는 서울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이륜차가 빨리 달리다 보니까 운전자와 단속자가 다칠 위험이 있다”며 “요즘에는 캠코더를 이용해서 법규위반 장면과 번호판을 찍어서 단속하는 비접촉 단속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계자 또한 “배달 오토바이는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 경미한 교통수칙 위반을 잡다가 큰 사고가 날까 봐 단속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정부·배달업체, 안전대책 마련 나서... “면허·교육·보험 등 종합대책 필요”
현재는 자동차 무인단속 카메라가 이륜차를 사고를 잡아내기 어려운 기술적 한계가 있다. 이륜차 주행패턴이 ‘곡예주행’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데다 번호판이 후면에 부착돼 있어서다. 이륜차에 전면 번호판이 있는 국가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에 불과하고 미국, 유럽을 비롯해 대다수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후면 번호판 제도를 택하고 있다. 이륜차는 전면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되어 있어 부착이 어렵고, 전면에 번호판이 설치되면 보행사고 시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도로교통공단은 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이륜차 무인단속 장치 도입을 연구 중이다. 도로교통공단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타당성 연구 이후 이륜차 무인단속 장비를 위한 규격을 만들고 현장 평가를 실시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레이더 기술 등을 접목한 단속 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달량 급증에 질주하는 오토바이, 브레이크 장치는 [가긁인턴]
배달 오토바이 안전 우려에 배달 플랫폼 업체와 교통 당국은 안전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아한청년들과 도로교통공단은 지난 7월 30일, 서울 도봉운전면허시험장에서 배민 라이더를 대상으로 이륜차 안전 시범 교육을 진행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달 플랫폼과 배달 대행업체도 오토바이 안전대책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도로교통공단·서울지방경찰청과 협약을 맺고 이륜차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또 라이더가 산재보험과 유상운송종합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상시로 사고율을 확인하고 있으며 일반 재해보험상품을 개발해 라이더들에게 가입하도록 할 계획이다.

운전 당사자인 라이더 측에서는 고용안정과 보험 문제, 지속적 안전교육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본다. 기술적 보완을 통한 단속 강화가 능사가 아니며,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일하는 한 라이더는 “너무 바쁘거나 급해지면 신호위반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 번에 여러 개 물량을 배달하면 빨리 가져다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라이더들 또한 오랫동안,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꾸준한 안전교육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또한 이륜차 면허부터 교육, 보험 체계가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성준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 겸 교통공학박사는 “교통사고 예방은 단속 하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다각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이륜차 면허 시험을 강화하거나 이륜차 운전자들이 배달업에 종사할 경우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가긁인턴: 가려운 곳 긁어주는 인턴]은 파이낸셜뉴스 인턴기자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찝찝하고 가려운 부분’을 콕 집어서 취재하는 코너입니다. 편리함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드러나지 않은 이면을 살펴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