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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뻘서 뻘 짓해갖고"…잼버리 공사 이후 진흙뿐 [fn현장르포] 

[fn현장르포] 새만금 어민들 매립공사 피해호소 
“잼버리가 아니라 엥버리야”...그물에 악취와 진흙만 
전어, 조개류, 게 등 10분1로 어획량 감소

"새만금 뻘서 뻘 짓해갖고"…잼버리 공사 이후 진흙뿐 [fn현장르포] 
격포 바다는 그물을 던지면 시커먼 진흙과 악취만 날 뿐 어족 자원을 찾아 볼 수 없다. 한 어민이 그물을 들어올리며 심한 악취 때문에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부안=김도우 기자】 “뻘에서 뻘 짓해서 그렇다. 미립자 진흙이 갯벌을 덮은 뒤로 조개류 등 어족자원이 숨을 쉬지 못해 폐사하는 등 물고기들이 격포와 위도 앞바다를 떠났다.”

지난 16일 오전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는 동행취재 소식에 어민들과 격포 어촌계장 등 10여명이 나와 있었다.

이날 전북 전주에서 함께 출발한 김재병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뻘로 뒤덮여 그물을 쳐도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던져놔도 물고기는 잡히지 않고, 뻘 흙만 가득 엉겨 나와 한창 전어철인데도 전북 어민들은 소득이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어민들도 “새만금 잼버리부지 조성이후 나타난 현상”이라고 하소연을 했다.

새만금호 동진수역에서 준설공사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매립토를 준설하면서 바닥의 퇴적물과 뻘이 일어나 가력갑문으로 나온다는 주장이다.

"새만금 뻘서 뻘 짓해갖고"…잼버리 공사 이후 진흙뿐 [fn현장르포] 
그물을 올려도 진흙만 잔뜩 올라온다.

김현채 격포 어촌계장은 “새만금 유역 어민들이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장마, 3번의 태풍으로 힘들다”면서 “이런 와중에 잼버리 대회 준설토 매립 이후 어획량이 줄고 악취가 나는 등 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전북도 등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새만금 바다가 파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어촌계장의 말을 듣고 격포항에서 10분쯤 나간 후 작업한 배에 올라탔다.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고 꽂게만 몇 마리 잡혔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꽃게철이지만 겨우 3-4마리에 검은 진흙과 악취만 올라왔다. 전어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수산자원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물에 얽혀 올라온 시꺼먼 진흙을 걷어내는 데만 시간을 보낼 뿐이다.

어민 김종현씨는 “이곳에서만 40년 넘게 고기를 잡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며 “어로(고기나 수산물 따위를 잡는 일)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고 푸념한다.

그러면서 “꽃게 등 격포 인근에서 잡아 온 물고기는 어판장에서 받아 주질 않는다”며 “그 이유는 냄새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새만금 뻘서 뻘 짓해갖고"…잼버리 공사 이후 진흙뿐 [fn현장르포] 
새만금 어민들은 올해 초부터 급격하게 어획량이 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진흙만 건져 올리는 상황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어민 정윤성씨도 “격포와 위도는 예로부터 꽃게와 우럭, 광어, 멸치 등 자원이 풍부한 어장이었다”며 “그런데 올해 초부터 급격하게 어획량이 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진흙만 건져 올리는 상황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함께 있던 어민도 “새만금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엥버리' 되겠다”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부유물과 입자가 작은 진흙이 가력배수갑문을 통해 나오면서 바다의 생명력을 앗아갔다”고 강한 어조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어민들 말을 종합하면 60m 그물을 던지면 40kg에서 50kg 정도는 나와야 정상인데 4kg 정도 밖에 잡히지 않는다.

어획량이 10분1로 줄었다.

이들은 “예전에는 격포와 위도 앞바다에서 닻을 12∼13m 내렸는데 요즘은 7∼8m밖에 내리지 못한다”며 “이미 바다 밑바닥에 진흙이 5m가량 퇴적돼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새만금 뻘서 뻘 짓해갖고"…잼버리 공사 이후 진흙뿐 [fn현장르포] 
전북 부안군 하서면 공유수면 일원이 새만금지구 잼버리 부지다. 어민들은 여기서 매립토 작업을 하면서 어획량이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김종주 전북 수산업연합회장은 “시기상 올해 초 세계 스카우트잼버리 부지 매립공사가 시작된 후부터 어획량이 70% 가량 줄어 어민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며 “최근 배수갑문이 자주 열리는데 이때마다 엄청난 양의 물이 새만금호와 바다를 드나든다. 물과 함께 바다로 나온 부유물과 진흙이 15㎞ 가량 떨어진 왕등도까지 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라면 인근 서해안 전체 이런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유독 새만금 잼버리 부지 하류만 나오는 현상이라 공사가 원인이라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김재병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배수갑문을 통해 나온 진흙이 밑바닥에 쌓이면서 바다가 혼탁해지고 생물들이 살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바다에서 어민들과 함께 실상을 파악해보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어민들이나 환경단체, 정부, 지자체는 예측이 아닌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잼버리 부지 매립공사를 맡은 한국농어촌공사는 진흙은 수 킬로미터씩 이동할 수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가력배수갑문과 격포, 위도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 진흙이 그렇게 멀리까지 이동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