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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항소이유서에 구체적 사유 미기재..1심보다 높은 형량 선고 안돼“

대법 “항소이유서에 구체적 사유 미기재..1심보다 높은 형량 선고 안돼“


[파이낸셜뉴스] 검사가 1심 판결에 불복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면서 항소이유서에 구체적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1심 판결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전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수원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전씨는 지난해 5월 경기도 분당의 한 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상대방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 및 동승자 3명에게 각각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도 하차하지 않은 채 그대로 차량을 운전해 현장에서 이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불면증 등으로 정신과 의원에서 진료를 받아왔는데 사고 당일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하고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뺑소니 혐의를 유죄로 보고 전씨에게 5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다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는 “교통사고 발생시각과 근접한 시점에 약물을 복용, 그 효능이 미치는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라고 봤다.

검찰은 1심의 무죄 부분과 양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2심은 검찰의 양형부당 주장만을 받아들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에 관해 검찰이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 중 ‘항소의 이유’ 란에는 ‘피고인의 교통사고 발생 직후의 진술에 비춰 피고인은 교통사고 발생 당시 약물을 복용해 그 효능이 미치는 상태에서 운전했음이 충분히 인정되는바, 원심은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어야 함에도 사실을 오인해 무죄를 선고한 위법이 있으므로 항소를 통해 이를 시정하고자 함(위 일부무죄가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전체의 양형도 부당함)‘이라고 기재돼 있을 뿐, 양형부당에 관해 구체적 이유가 기재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이라고 기재했을 뿐 구체적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1심 유죄 부분에 대해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기재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원심은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으로든 직권으로든 1심 판결 유죄 부분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없으므로, 1심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이상 피고인에 대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