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순천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한중일 평화정원 조성사업'에서 왜군 선봉장을 포함한 한중일 인물 동상을 설립하는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평화정원 사업은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추모하는 목적으로 계획됐다. 순천왜성에 대한 전쟁 기록을 토대로 역사공원을 설치하고 한중일 장군 5인과 무명병사 군상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일본 선봉장인 '고니시 유키니카' 동상이 들어선다는 것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1만 명을 넘는 등 반대 여론이 커지자 순천시는 장군 5인 동상 계획을 완전 취소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순천시는 계획을 철회하면서 '일본 장수 동상 설치를 확정한 것처럼 SNS와 언론에서 오해가 가중됐다'고 밝혔다.
순천시 입찰공고/출처=순천시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 4월 6일 순천시는 [한중일 평화공원 조성 동상 제작설치 사업](순천시 공고 제2020-737호)를 발표했다. 3국 장군 5인 동상을 설치하는 용역을 모집했다. 6월에는 한 업체와 8억 5천만원 상당의 계약까지 마쳤다.
순천시는 평화정원을 2018년부터 구상해왔다. 관계자에 따르면, 우호도시인 중국 장시성이 2018년 9월 등자룡 장군상을 기증했다. 이를 계기로 평화광장 내부 조형물을 기획하던 중 정유재란에 대한 의견을 모으면서 일본 장수를 포함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상으로 선정된 인물은 조선의 이순신과 권율장군, 명나라의 진린과 등자룡 장군, 일본의 고니시 유키니카 등 5명이다. 고니시 유키니카는 임진왜란 당시 한양을 가장 먼저 점령하는 등 선봉에 선 장수다.
평화정원 내 '판석 분양'에 대한 보도자료가 화근이 됐다. 판석은 평화정원 내 바닥돌을 의미한다. 이에 새겨질 문구를 공모하는 포스터에 평화공원에 동상의 조감도가 포함됐다. 일본 장수의 동상이 설치된다는 사실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순천시는 논란이 일자 지난 14일 동상 설치에 대한 순천시민 의견수렴에 나섰다. 설문지에는 ▲한중일 장군 동상 모두 설치 ▲한중 장군 동상만 설치 ▲한중 장군 동상만 설치하되 일본 장군은 좌대만 설치 등의 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빠르게 번지자 설문지 취합을 하지 않고 동상 계획을 완전 철회했다.
순천시는 동상을 세우는 대신 임진왜란으로 희생된 백성들의 넋을 기리는 기념물과 공모에 선정된 판석을 남기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지난 2017년 울산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전투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학성공원에 권율 장군과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세울 예정이었지만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moo@fnnews.com 최중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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