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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공모제 갈등 확산… "자칫 전교조 승진 코스로 전락하나"

기피학교 근무와 담임·보직 등
일련의 절차·과정 거치지 않아
보직형 도입땐 20대 교감 배출
코드인사·역차별 논란 가능성에
교장공모제 폐해 답습할 우려도

최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감공모제 도입을 교육부에 건의하기로 결의한 것을 두고 교육계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감공모제가 교감 승진을 위해 필요한 기피학교 근무와 담임·보직 등 일련의 절차와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가능한 만큼 일반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킬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지난 2018년 교장공모제 확대·시행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출신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교감공모제가 자칫 전교조 승진 코스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교감공모제 추진 왜?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4일 정기총회를 열고 교감 공모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교원승진제도 개편 방안을 교육부에 건의하기로 결의했다.

협의회가 결의한 교감공모제 방식은 초빙형(교감 자격증 소지자 대상)과 보직형(평교사 대상)이다. 앞서 교육감협의회는 지난 6월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교원승진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해 교사 근무 성적 평정, 순위 명부 작성, 교(원)장·교(원)감 임용제도 개선 등 총 27문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협의회가 교원승진제도 개선안을 추진한 이유는 승진제가 가진 폐단을 줄이고 젊고 역량있는 교사가 교감에 올라 교육현장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 가운데 보직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보직형은 교육 경력 6년 이상 평교사면 누구나 교감 응모가 가능하고 공모 교감은 임기가 끝나면 다시 평교사로 돌아갈수 있도록 허용했다. 교육 경력 6년 이상이면 산술적으로 20대 교감이 배출될수도 있다.

교장 공모제 폐해 답습 우려


문제는 보직형 교감공모제가 도입되면 기존 승진제의 골격을 크게 흔든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에서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승진점수를 모아야 한다. 담임이나 보직교사를 맡아 승진점수를 모아야 하며, 기피지역 근무 등도 필요하다. 교감이 되기 위한 승진점수를 모으기 위해서는 2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보직형 교감공모제는 이같은 승진점수를 모으지 않아도 교감에 오를 수 있고 교장으로 가는 길도 그만큼 수월하고 빠르다. 현장에서 승진을 위해 담임교사나 기피지역 근무를 하고 있는 교사들과 역차별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와 유사한 형태여서 코드인사 논란이 휩싸일 우려도 제기된다. 교총에 따르면 2018년 3월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으로 교장공모학교 비율이 전체 내부형 공모학교의 15%에서 50%로 확대된 이후, 전교조 출신자의 교장 임용이 2018년 14명에서 2019년 42명으로 3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2학기에는 교사에서 교장으로 임용된 20명 중 19명이 전교조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총 관계자는 "기존 승진제도는 경력점수, 근무점수, 연수성적 등으로 객관적인 점수로 돼 있어 주관이 개입할 여유가 없지만 교감공모제는 객관성을 의심할 소지가 많다"며 "교육청 심사위원회 위원들을 교육감이 뽑는 상황에서 역량이 아닌 정치적 코드가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노조 출신이 쉽게 승진하는 코스가 생긴다면 누가 담임이나 보직부장을 맡고, 기피지역에서 근무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교장공모제 시행 이후 일부 내부형공모교장들이 임기 종료 후 원직 복귀 대신 다른 학교 교장이나 장학사 등 전문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종의 먹튀 현상을 보이고 있는 현상도 교감공모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협의회에서 건의 내용을 전달하지 않은 상태"라며 "협의회의 건의 사항이라 할 지라도 충분한 검토 이후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