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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장비 착용 수형자 숨졌는데도 통계 감추는 법무부"

천주교인권위 24일 행정심판 청구

"보호장비 착용 수형자 숨졌는데도 통계 감추는 법무부"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수갑·보호대·보호복 등 보호장비 사용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법무부 결정에 반발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fnDB


[파이낸셜뉴스] 천주교인권위원회가 법무부의 보호장비 사용통계 비공개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5월 부산구치소에서 14시간 동안 보호장비를 착용한 수형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통계조차 공개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교정시설 보호장비는 수갑·보호대·보호복·포승 등으로, 수형자가 자살 등 자해 또는 다른 사람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사용한다.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사람의 신체를 구속해 장시간 지속할 경우 각종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천주교인권위는 전날인 24일 법무부를 상대로 수형자에 대한 보호장비 사용 실태를 공개해달라고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천주교인권위는 부산구치소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5월 22일 법무부에 '최근 3년 간 연도별 교정시설별 보호장비 사용현황'을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청구했다.

법상 보호장비의 경우 최대 사용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각종 사유로 지나치게 오래 보호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형의 집행 및 교정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으로 공개하면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공개를 거절했다. 천주교인권위는 다시 이의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주교인권위는 법무부가 보호장비 사용시간 통계 제공을 거부한 이유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보호장비 사용 관련 통계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면 외부와 차단된 수용시설에서 반인권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형집행법은 보호장비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사용하고 사유가 없어지면 사용을 지체 없이 중단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한 수용자에게 1년 넘게 보호장비를 사용한 사건에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넘어 필요 이상으로 장기간, 그리고 과도하게 수용자의 신체거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계구사용 행위는 수용자의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부산구치소 사망사건에서도 사건 발생 후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착수해 현장 근무자 및 감독책임자 등 관련자 18명에 대해 인사조치 및 중징계 등 책임을 물은 바 있다.

천주교인권위는 보호장비 사용을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교정행정 운영의 투명성 증진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행정소송 제기의 이유를 밝혔다.

천주교인권위는 이와 함께 보호장비가 법을 위반해 사실상 징벌적 수단으로 쓰인 사례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2014년 7월 양심적 병역거부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시작한 조모씨에 대해 구치소 측이 수갑과 머리보호장비, 발목보호장비, 금속보호대 등 4개의 보호장비를 착용해 조사실에 감금한 사례다. 격리수용 등 다른 조치가 가능했음에도 여러 보호장비를 장시간 사용한 것에 대해 천주교인권위는 사실상 징벌적 수단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부산구치소 사건이 발생한 뒤 법무부는 보호장비를 취침 시간 원칙적으로 해제하고 16시간 이상 초과사용을 제한하는 자체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