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에는 대다수 의료기관과 약국이 문을 닫기 때문에 아프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가기가 두렵고 불편한 시기이기 때문에 응급처치법을 알아두면 유용하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오범진 교수는 29일 "명절을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법과 관련 정보를 알아두면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8도 고열, 48시간 지속되면 병원 방문
발열은 소아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지난 추석 기간에도 발열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9세 이하 환자는 55.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열 자체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면역반응이다. 따라서 39도 이상의 고열이 아니라면 무조건 병원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발열이 있으면 체온계를 이용해 정확한 체온을 재야 하는데 입과 직장을 통해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5세 이하 어린이는 직장체온계로 재는 게 좋다. 37~37.5도를 넘지 않으면 정상이다.
아이가 몸을 떨면 열이 난다는 것이다. 체온이 정상범위를 넘었다면 아이 옷을 벗겨 미지근한 물로 닦아 열을 식혀준다.
무릎 아래는 이불을 덮어 한기가 들지 않도록 한다. 이때 열을 빨리 식히려고 알코올이나 얼음물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힘들어할 경우 해열제를 4~6시간 간격으로 교차 복용한다. 다만 6개월 이하의 아이들은 가능하다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계열)의 해열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39도 이상이 아니더라도 병원을 방문해야 할 경우가 있다. 생후 100일 이전의 아이들은 면역력이 낮아 침투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몸 전체로 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열이 나면 병원을 가야 한다.
또 열이 나면서 경련 발작을 하는 열성경련이 5~10분 이상 지속되거나 24시간 이내 재발할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병원을 가는 것이 좋다. 또 38도 이상의 발열이 48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병원을 가 발열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장염, 탈수되지 않도록 수분 섭취
음식으로 인한 장염은 추석 연휴에 흔하게 발생한다. 장염의 주요 증상은 설사와 구토, 복통 등이다. 이 증상이 멈추지 않을 경우 탈수 진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장염에 걸리면 먼저 보리차나 이온음료, 경구용 포도당 용액 등을 충분히 섭취하게 한다. 증상이 계속될 경우 병원에서 수액주사 등으로 탈수를 방지해야 한다. 특히 세균성 장염의 경우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상태가 좋아지더라도 치료를 끝까지 해야 항생제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또 장염은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증상이 보이면 사람이 많은 곳에 보내지 않아야 한다. 보호자도 손을 자주 씻고 음식을 따로 먹는 등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기도 막힐 경우 '하임리히법'
추석에는 명절 음식인 떡이나 고기 등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보통 9세 이하 아이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기도가 막혔을 경우에는 먼저 최대한 빨리 119에 신고하고, 이물질을 빼내는 하임리히법을 시행해야 한다. 하임리히법은 환자를 뒤에서 양팔로 안은 다음 두 손을 명치에 놓고 위로 밀쳐 올려 기도를 막은 이물질을 빼내는 방법이다. 이물질이 제거될 때까지 반복한다. 1세 이하의 영아는 머리를 아래로 해 등을 두드리거나 가슴을 밀어내는 방식을 시행한다.
■코피 나면 콧등 강하게 압박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에는 온도와 습도의 심한 변화로 인체 적응력이 떨어지면서 콧속도 이상 반응을 일으킨다. 미세혈관이 많이 분포돼 있는 코 점막에 감염이 일어나면서 혈관이 확장되고 파열돼 코피가 나기 쉽다.
코피가 나면 콧등 앞쪽 부분을 손가락으로 5~10분간 강하게 압박하면서 고개는 앞으로 숙이고 입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 솜을 넣어준다면 가늘게 말아 콧구멍에 끼워 넣어준다.
또 콧잔등에 얼음주머니를 2~3분간 대고 있으면 콧구멍 속 모세혈관이 수축돼 코피가 빨리 멈춘다. 하지만 코피가 날 때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은 핏덩어리가 기도를 막을 수 있음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칼에 베이면 즉시 지혈
부엌이나 밖에서 바쁘게 일하다가 칼이나 날카로운 도구에 손이 베이는 경우도 있다. 피가 나온다고 당황하지 말고 즉시 지혈하고 살이 벌어지지 않도록 오랫동안 잡고 있는 것이 좋다.
깊이 베이거나 하지 않으면 저절로 붙게 된다. 상처가 깊을 때는 병원에 가서 국소마취해서 봉합수술을 해야 한다.
■심장마비, 즉시 병원으로 이송
갑작스러운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명치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것처럼 갑갑하고 식은땀, 어지럼증 등의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즉시 응급실로 가서 심전도(EKG) 검사를 해야 한다.
119 구조대원을 부른 후에는 깍지 낀 손바닥으로 환자의 심장부위 30회 가슴압박과 함께 환자의 코를 꽉 맞은 다음 인공호흡 2회의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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