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방역수칙 철저히 지켜… 올 보험신계약 전년보다 2% 증가" [현장르포]

빅3 생보사 깜짝실적 뒤 보험설계사 '고군분투'
"어려운 보험 내용 비대면 전달은
곧바로 실적 하락과 연결"
미팅전 체온측정 후 고객에 전송
종이·펜 동원해 그리며 설명

"방역수칙 철저히 지켜… 올 보험신계약 전년보다 2% 증가" [현장르포]
보험설계사 전진만씨는 항상 고객 상담 전에 개인 체온계로 체온을 재고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고객 미팅을 진행한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코로나19가 터지자마자 체온계부터 샀어요."

보험설계사 전진만씨(30세)는 고객과 미팅 전에 차 안에서 개인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한다. 체온계에 뜬 숫자는 36.4도, 정상 체온이다. 곧바로 A씨는 체온계 사진을 찍어 곧 만날 고객에게 전송한다. 고객과의 대면 미팅을 앞두고 고객이 가질지 모를 우려를 덜기 위함이다. 코로나로 인한 보험설계사의 영업 모습 변화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빅3 생명보험사의 올 8월까지 누계 설계사 채널 판매 신계약 초회보험료(일시납 제외)는 415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 4063억원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생보사의 대면 영업 의존도가 약 95%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 확산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으로 대면 영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이 같은 깜짝 실적 뒤에는 보험설계사들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동행한 보험설계사 전씨의 오후 일정은 고객 두 명과의 미팅으로 꽉 차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시청 인근, 전씨는 여러 장의 인쇄물과 태블릿PC를 챙겼다. 첫 번째 고객과 단 30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직접 그래프를 그려 이해를 돕고자 펜과 종이도 동원했다. 전씨가 그림을 그려 '적립형 펀드'를 설명하자 이를 듣던 고객은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3시 30분경, 짧은 미팅이 끝나자마자 전씨가 곧장 일어섰다. 쉴 틈은 없었다. 저녁엔 두 번째 고객과 경기도 안산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씨는 "퇴근 시간이 걸려 막히기 전에 가야 한다"며 다량의 자료를 챙겨 차에 올랐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카페와 같은 밀집 장소를 피해 차안에서 고객 상담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른바 '드라이브 인(drive in) 고객 상담'이다.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대면 영업 방식이다. 전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땐 미니밴을 빌려 차량 뒷자석에 테이블을 두고 고객과 1대1로 면담했다"며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니 오히려 고객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전화나 앱 등을 통한 비대면 영업 방식도 거론되고는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면 영업이 주를 이룬다. 비대면으로는 사실상 실적을 내거나 고객을 관리하기 힘든 탓이다. 전씨는 "관심도 없고 어려운 보험 내용을 비대면으로 전달하면 실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언택트 사회'에서 보험설계사들이 '대면'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생·손보협회는 지난 4월 코로나 전국 확산으로 대면 영업이 어려운 보험설계사를 위해 설계사의 대면 설명 의무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비조치의견서를 금융당국에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형평성 등의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hsk@fnnews.com 홍석근기자 조윤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