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한국 병역 족쇄가 풀렸다. 우리나라의 국적법은 미국 등 외국에서 태어나도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면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갖는 복수국적자가 된다. 이들 중 남성은 병역의무도 당연히 부여돼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31일까지 국적 선택을 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려면 병역문제를 해결하거나 병역의무가 해소되는 만 36세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혜택만 누리다가 군 복무 시기가 임박해 국적을 포기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처다.
헌법재판소는 8일 이같은 국적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는 이와관련 헌재의 위헌 결정이 원정출산 등에 따른 병역회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추후 법 개정과정에서 세심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적법 제12조 제2항 본문 및 제14조 제1항 단서 중 제12조 제2항 본문에 관한 부분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고 이날 밝혔다. 헌법불합치는 위헌 법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재미교포 2세인 A씨는 지난해 만18세 이상의 국적이탈을 제한하는 국적법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복수국적자가 외국에서 주로 생활하는 경우, 복수국적 취득과 국적이탈 등에 관한 우리나라 법에 대한 이해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럼에도 국적선택기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병역의무 해소 전에는 신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자유를 크게 제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단순 위헌 결정을 한다면 병역의무의 공평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오는 2022년9월30일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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