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약속한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건의...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전북 전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국제 금융타운에는 국제금융센터(2023년 완공), 국민연금 제2사옥 (2020년 완공), 전북 테크비즈센터 준공(2021년) 등 제3 금융중심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전북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이 공전(空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12일 ‘제37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열고 “전북혁신도시의 경우, 금융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해 종합적인 정주여건 등 금융회사가 자발적 이전을 검토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정을 보류했다.
여기에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할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이사장이 취임했는데도 전북도 등 지자체와의 정책적 만남을 계속 미루는 등 소극적 인상을 주고 있다.
금융위의 의견을 존중하고, 인프라 개선 등 금융타운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전북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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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금융중심지 논리...“차고도 넘쳐”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 당위성과 필요성 등 논리는 차고 넘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전북을 찾아 ‘문재인의 전북 비전’ 기자회견을 통해 “전북혁신도시 중심의 연기금·농생명 금융 거점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전주)를 중심으로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전주를 대한민국 제3금융도시로 지정한다는게 문 대통령의 공약이자 전북도민들에 대한 약속의 핵심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무관심과 지역 기관들의 협력 부족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4월 금융중심지 추진위가 지정 보류를 결정한 뒤 네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관련 안건은 아예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분관장)는 “전체 국민의 노후보장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정치권에서 이를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북지역 및 연고 정치권, 전북도·전주시 등 지자체, 관련 기관들의 공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3월23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지회견을 열고 전북 혁신도시를 기금운용본부 중심으로 서울, 부산에 이어 대한민국 제3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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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정치권, 금융 등 한 몸으로 움직여야”
정치권 등이 나서서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힘을 쏟아도 쉽지 않은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우선 서울이 ‘종합금융타운’으로 조성됐고, 부산은 ‘해양 파생 특화 금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북은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 조성으로 기존 금융중심지들과 ‘결’을 달리한다는 내용을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전북도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국회와 금융위, 타 지자체 및 정치권 등과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전주병·전북도당 위원장)은 “모든 준비가 완비된 만큼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겠다”며 “전북은 기금운용을 활용한 특화된 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24명 중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역임하고 금융도시 육성 당위성을 역설했던 송재호 의원(제주시 갑)과 정읍출신 정의당 배진교 의원(비례),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시 을)이 금융중심지 추가지정에 비교적 긍정적 입장이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서울 정부청사를 찾아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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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6개 전북에 둥지 틀어
전북도는 오는 2023년까지 자산운용사와 금융기관들의 사무공간 등이 포함된 지상 11층 규모의 국제금융센터 건립관련 사업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북 금융타운’에 민자 호텔·컨벤션 건립, 국내외 금융기관 유치, 혁신금융 생태계 조성, 금융기술(핀테크) 창업 활성화, 자산운용 교육 및 전담인력 지원 등에도 주력하고 있다.
금융기관 유치의 경우 국내외 자산 상위권 6개 운용사가 이미 들어와 있다.
글로벌 수탁기관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주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는가 하면, 뉴욕멜론은행(BNY Mellon), SK증권, 우리은행, 무궁화신탁 등도 둥지를 틀었다.
SSBT의 경우 1792년 미국 보스턴에서 설립돼 2017년도 말 기준 글로벌 수탁서비스 규모가 33조달러 수준에 달한다.
도는 금융기관들이 계속해서 들어올 수 있도록 20명이 고용되면 10억원, 5명을 고용하면 1억원을 투자하는 조례도 개정해 적용하고 있다.
금융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거점국립대학인 전북대학교가 공단과 협약을 맺고 개설한 학부과정 ‘연금관리학 전공’과 대학원 석•박사과정의 연금관리학과를 통해 올해 운용전문인력 25명이 배출된다.
2023년 이후에는 연기금 전문대학원 설립도 추진된다.
여기에 지난 7월 말 정부가 ‘공공기관 선도 혁신도시 활성화 방안’에서 전북 혁신도시를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로 조성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황준수 전북도 투자금융과 금융산업지원팀장은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인데 전북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어 아쉽지만, 지정공고가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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