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보상비로 재난지원금 사용
인건비·운영비도 함께 삭감돼
초과근무수당으로 메워야 할 판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뿔났다. 연가보상비를 전액 반납한 데 이어 초과근무수당마저 대폭 삭감될 처지에 놓여서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공무원 연가보상비 4300여억원을 삭감해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이를 사용했다. 이 중 인건비로 쓰이던 365억원도 함께 삭감해버린 탓에 초과근무수당 등을 활용해 해당 금액을 충당해야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11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4월 1차 긴급재난지원금에 투입될 목적으로 전액 삭감된 국가공무원 연가보상비 4325억원에 올해 쓰여야 할 인건비·운영비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금액이 365억원에 달해 초과근무수당 등을 추가 삭감해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통상 '총액인건비제'를 운영한다. 연가보상비, 초과근무수당 등 인건비와 일부 운영경비를 절감해 임기제 공무원 채용이나 임시 조직 운영 등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제동이 걸리면서 임기제 공무원 채용 등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현재 총액인건비제를 운영하는 중앙부처는 총 50곳이다. 이들 부처는 연가보상비 일부를 투입해 올해 인건비·운영비에 쓸 계획이었다. 그러다 연가보상비 전액 삭감이라는 급작스런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한 부처 담당자는 "연가보상비로 주던 인건비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계약기간이 남은 임기제 공무원을 내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삭감)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문의가 빗발치자 행안부는 지난 5월 '2020년 총액인건비 세부운영지침 수정지침'을 각 부처에 통보했다. 기재부와 협의해 2019년 임기제공무원 채용 등에 활용한 연가보상비 금액까지만 다른 인건비 항목을 사용해 충당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이 금액이 총 365억원이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금액이 투입될 것이란 판단이다. 2018년에는 280억원이 쓰였다. 예컨대 경찰청은 지난해 연가보상비 186억원을 임기제공무원 채용 등에 썼다. 올해는 다른 인건비 항목에서 186억원까지 끌어다 구멍 난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 문제는 충당 재원 대부분이 '초과근무수당'이라는 점이다. 연가보상비를 전부 내놓은 공무원들은 초과근무수당마저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또 다른 총액인건비 담당자는 "우리 기관뿐 아니라 대다수 부처가 초과근무수당을 추가 절감해서 구멍 난 인건비를 채울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초과근무가 상당한데 불만이 나올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연가보상비 삭감) 발표 이후에 보완책을 마련한 건 인정한다"면서도 "다른 사업비가 아닌 인건비에서만 부족분을 확보하라고 했다. 추가 예산이 투입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초과근무수당의 추가 절감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이 많다"며 "공무원들이 추가적인 고통 분담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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