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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노벨평화상 WFP의 코로나 식량위기 경고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이 전 세계 기아퇴치 기부에 억만장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9일(현지시간) 노벨상 수상자로 발표된 직후 WFP 홈페이지에 "올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가 1억3800만명,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글을 올리며 전 세계의 관심을 요청했다.

1961년 창설된 WFP는 단순히 식량을 배분하는 구호단체 이상의 역할을 해왔다. 지구촌 전쟁, 홍수, 지진, 흉작 등 각종 긴급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출동하는 단체가 WFP다. 적극적 식량지원은 물론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무너진 기반시설과 일상을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는 WFP의 이런 노력과 향후 더 커질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수상자로 선정했다. 전 세계 연대가 절실해진 시대, 영예로운 수상이라 할 만하다.

기후변화 후폭풍, 세계 곳곳서 발발하는 무력분쟁, 여기에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식량위기는 이미 다급한 현실이 됐다. 앞서 WFP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아 대유행 가능성을 제기했다. 감염자 폭증과 각국 전면 봉쇄령의 연쇄작용으로 전 세계 2억7000만명이 기아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량안보는 남의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수년간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년 새 식량자급률이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곡물자급률도 2009년 정점을 찍고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렇다보니 세계 5대 식량수입국에 우리나라가 올라 있다. 쌀 자급률은 높지만 쌀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밀 자급률이 1.2%다. 입맛이 변하면서 쌀 외 다른 곡물 소비가 느는 추세인데 이런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수년간 거액을 투입했는데도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철저히 짚어봐야 할 것이다. 쌀 중심 식량구조 개편은 오랜 숙제다.
생산뿐 아니라 세계 곡물 유통산업 주도권을 잡는 것도 중요해졌다. 향후 공급쇼크는 유통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농업분야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국가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