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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융소비자 구제" 한국형 '페어펀드' 윤곽

김병욱 의원 입법 주도 
불공정거래 행위자 등에 과징금 부과해 구제 
설립, 운영 등 금융당국 주도 
최종 분배계획 법원 승인
공매도 위반 등 과징금이 재원  
피해 회복 시간, 비용 절약 등 기대효과 

[단독] "금융소비자 구제" 한국형 '페어펀드' 윤곽
[파이낸셜뉴스] 위법행위를 한 행위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한 후 이 자금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구제하는 공정배상기금, 즉 '페어펀드(Fair Fund)'의 입법안 윤곽이 나왔다. 최근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젠투, 라임, 옵티머스 등 불완전판매·불공정거래 행위에 따른 금융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금융소비자 구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형 페어펀드의 도입 필요성이 급부상했다. <본지 2월 21일자 1면 참조>

13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페어펀드' 자료에 따르면, 페어펀드의 설립, 운영 및 분배는 금융감독당국이 주도(필요 시 법원도 설립 명령)하되 최종 분배계획은 법원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이는 페어펀드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기금의 적용대상은 과징금 부과 대상의 위법행위로 금전적 손해를 입은 다수의 피해자들이며, 기금의 재원은 불공정거래 행위 및 공매도 위반 등에 부과하는 과징금을 기반으로 한다.

분배절차는 우선 금융당국(법원)이 기금설치 명령을 한 후 일정기간 이내에 피해 투자자 또는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분배계획을 제출 받는다. 1차 분배계획(안)을 금융당국 웹사이트에 공시한 후 의견을 수렴, 반영해 최종 분배계획안을 작성하고 이를 법원에 제출한다. 최종 분배계획안에 대해 법원이 승인하고, 이에 따라 기금을 피해자에게 분배한다. 분배실무는 금융당국이 선임한 기금관리인이 수행한다. 기금관리인은 공정하고 원활한 분배 업무를 기대할 수 있는 다수기관을 풀(P00l)로 해 이 중 해당 케이스에 적합한 자를 금융당국이 선임한다. 기금관리인의 구체적인 자격과 선임절차는 시행령 등에 규정하고, 분배 완료 후 결과를 보고 및 공시한다.

페어펀드 도입시 다양한 기대효과도 예상된다. 우선 투자자 피해 회복의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소모적인 소송 또는 분쟁조정의 일부 흡수 가능성도 있다. 소액·소수 사건은 분쟁조정, 고액·다수 사건은 페어펀드, 집단소송 상당부분은 페어펀드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불법 이익 환수 및 피해 회복 투입에 관한 사회정의가 구현되고, 과징금 부과에 대한 대내외 저항 감소, 자본시장 및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신뢰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지난 2002년 페어펀드가 도입됐다. 2002~2013년 동안 내부자 거래, 시세조종, 불완전판매, 기타 위반 관련 236개 페어펀드가 조성됐고, 당시 누적 페어펀드 금액은 약 143억달러(약 17조원)였다.
최근 페어펀드에 대해 구체적 통계는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2020년 8월 말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105개의 페어펀드가 제재금과 부당이득환수금을 모아 투자자 분배절차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의원은 "전 세계적인 저금리·저성장에 따라 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기 위해 수익구조가 복잡한 고위험 상품 판매가 증가하면서 소비자 이해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불완전판매나 불공정거래 행위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개인투자자는 정보나 교섭력, 조직 등에서 금융투자업자에 비해 비대칭성 문제가 크기 때문에 금융회사 임직원이 수행한 불공정거래나 불완전판매 등을 입증하기 어렵고, 개인이 손해배상을 제기할 때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는 측면에서 소송을 통한 구제는 사실상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시세조정 등 불공정거래 피해자의 실질적인 손해회복을 위해서는 불법행위자의 책임재산 확보가 중요하나 피해자가 승소하더라도 불법행위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도피하는 등 집행이 어려울 경우 효과적인 회복의 기대도 어려운 만큼, 현행 국고로 귀속되는 과징금을 피해자 구제에 활용할 수 있는 페어펀드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