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뜨락병원 이틀새 53명 양성
간호조무사가 최초 확진자
"내부서 감염됐는지는 불분명"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직원과 환자 등 5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병원은 14일 오전 동일집단 격리(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이날 구청 관계자 등이 건물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식당과 목욕탕, 수영장 등에서 잇달아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국 최초로 '동 단위' 방역 강화조치가 내려진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50명 넘는 집단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부산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단숨에 500명을 넘어섰다.
14일 부산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부산에서는 55명의 확진자가 추가돼 총 확진자 수는 541명이 됐다. 이 중 52명은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 직원과 환자다. 한 집단에서 5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것은 부산 집단감염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다. 나머지 2명은 기존 확진자 접촉자, 1명은 해외입국자(선원)다.
해뜨락요양병원은 전날 확진자 1명을 포함해 이틀 새 53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어제 확진자(부산 485번)는 이 병원 간호조무사였다. 이에 시 보건당국은 병원 종사자 99명, 환자 165명 등 278명을 검사했고 52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53명 중 11명은 직원이고, 42명은 환자다. 환자 중 한 명은 12일 사망 후 검체검사를 한 결과 양성이 나왔다. 확진자 중 70대 이상이 38명이나 돼 위·중증 환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연령대별로는 △40대 1명 △50대 4명 △60대 9명 △70대 10명 △80대 29명으로 높은 연령대에서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해뜨락요양병원은 현재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조치됐으며 방역수칙 준수 여부도 정밀조사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까지 최초 확진자로 파악된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사망환자에 이르기까지 감염경로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북구에 거주하는 이 간호조무사는 "사망한 환자와 접촉한 뒤 열이 났다"고 진술했다. 8일 이후로는 방역수칙에 따라 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사망한 환자도 사후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이전에 면회 등 외부자와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뜨락요양병원은 지난 3월부터 면회를 일체 금지해왔다. 마지막을 지켜본 가족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망 시점상 다른 접촉자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병선 시 시민방역추진단장도 이날 코로나19 비대면 브리핑에서 "최초 환자가 사실은 이 요양병원에서의 최초 감염자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 "이 환자가 거주지는 북구지만 이 환자 때문에 만덕동으로부터 이 요양병원이 감염됐는지도 불분명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 보건당국은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부산시 내 전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특별 전수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에는 현재 168개 요양병원과 115개 노인요양시설, 201개 주야간보호시설이 있다. 이들 시설의 감염관리실태, 종사자 및 환자·이용자의 마스크 착용 여부, 출입자 명부 작성 실태 등에 대해 15일까지 전수점검을 완료할 방침이다.
아울러 비접촉면회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면회를 금지하는 한편 요양병원에 발령돼 있는 외부인 출입통제, 방역책임자 지정, 마스크 착용 등을 의무로 하는 행정명령을 요양시설에 대해서도 즉시 발령했다.
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종사자, 환자 전체에 대한 진단검사도 실시한다. 우선 만덕동과 북구 지역 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전수검사를 금주 중 마무리한 후 시 전역에 대해 단계적으로 검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당초 15일까지를 기한으로 발령한 북구 만덕동 일원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등에 대한 집합제한명령을 2주간 연장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완화돼 운영 중인 시역 내 고위험시설 전체에 대해서도 인력을 총동원해 집중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부산항 입항 러시아 선원 확진자 발생과 관련, 시 보건당국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척의 선박에서 16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이 중 5명을 부산의료원에 입원 조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 척의 선박에서 확진된 11명이 격리입원 치료를 거부, 이 선박에 대해서는 검역법 위반으로 회항 지시를 내렸다. 검역단계에서 감염 사실이 확인돼 지역사회 추가 감염 위험은 없다는 게 시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이번에 발생한 요양병원 내 집단감염이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련기관, 구·군 등과 총력을 다해 대응하도록 하겠다"며 "인근지역 주민 여러분들께서도 가급적 외출과 외식 등 외부활동을 자제해주시고 시와 구·군의 방역조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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