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으로 허위매물 사기를 저지른 중고차 판매조직은 '범죄집단'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고차 사기단에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높은 형법상 '범죄집단' 법리를 잇따라 적용한 것이다. 다수가 사기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했다면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중고차 판매원 A씨의 상고심에서 범죄단체활동 및 범죄단체가입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인천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인터넷 사이트에 실제 매물이 아닌 미끼 중고차량을 올려 계약을 체결한 뒤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다른 차량을 비싼 가격에 떠넘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속한 업체는 조직 대표를 정점으로 팀장·딜러 등으로 각자 역할을 나누고 사기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사기 혐의는 인정했지만 범죄단체조직 혐의는 무죄로 봤다. 이들이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지른 점은 인정했지만 서로 친분을 바탕으로 개별적으로 팀이 결성, 각 팀별로 수익을 내기 위해 활동했을 뿐 조직원들의 지위에 따른 지휘 또는 명령과 복종체계가 갖춰져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조직 대표가 자신의 팀이 아닌 다른 팀 활동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고, 범행 수익금이 모든 사람에게 배분되지 않은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들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부사무실에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역할 분담, 범행 수법, 수익분배 구조 등에 비춰 이들이 사기 범행이라는 공동 목적 아래 일을 했다고 2심 재판을 다시하라고 결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8월 사기·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중고차 판매원 22명의 상고심에서 2013년 해당 법령 개정 뒤 처음으로 '범죄집단'에 관한 법리를 규정, 유죄 판단을 내린 바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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