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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한국판뉴딜과 한국판 '노변정담'

[여의도에서] 한국판뉴딜과 한국판 '노변정담'
문재인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국가 대전환 프로젝트 '한국판뉴딜'이 기본 뼈대를 완성해 가고 있다. 디지털과 그린에 지역균형 뉴딜을 더한 삼각편대를 앞세운다는 전략이다.

총 투자 규모만 올해 국가 총예산(512조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60조원이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한국판뉴딜 정책을 '추격형 국가'에서 '선도형 국가'로 탈바꿈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한국판뉴딜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경제 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지역균형발전의 완성 등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함께 한국판뉴딜의 윤곽이 짙어질수록 "급조된 단순 재정투입 사업" "뉴딜이 아닌 올드딜" 등 야권의 비판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근 한국판뉴딜 정책을 겨냥해 "문재인정부가 내년에만 뉴딜 관련 예산으로 21조원 넘게 편성해 36만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부 실적 쌓기용 단기 아르바이트뿐이다. 오죽하면 범여권에서조차 비판이 나오겠나"라며 "부실하기 짝이 없고 많은 부분 실패를 예상하는 정책"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국민들의 한국판뉴딜 정책에 대한 평가도 찬반이 팽팽하다.

지난 7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한국판뉴딜 국민보고대회' 직후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전국의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판 뉴딜의 경제 위기 극복 도움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6.5%가 긍정 답변했지만 부정 응답도 40.3%에 달했다. '잘 모르겠다'는 비율은 13.3%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한국판뉴딜 정책에 투입될 막대한 예산을 심의하게 될 야당은 물론이고, 국민들과의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한국판뉴딜 전략회의'에서 전국 17개 시·도지사를 향해 한국판뉴딜의 성공을 위해 '정파를 떠난 협치'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야당 소속 단체장님들께서도 적극적으로 중앙정치를 함께 설득해내서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협치가 이뤄지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효율적인 소통과 이를 통한 이해와 설득을 위해서는 한국판뉴딜의 설계를 진두지휘했던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면 소통의 제약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비대면(언택트)이 일상화되어 있지 않은가. 해외 정상과의 정상회담도 화상으로 하는 시대다.

한국판뉴딜의 모티브가 된 1930년대 미국 뉴딜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공화당과 국민들의 반대에 봉착했을 때 '노변정담(Fireside chats)'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추동력을 마련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노변정담을 통해 국민들에게 위로와 신념의 메시지를 보내며 뉴딜정책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연설이 아니었다. 국민들의 의견을 요청했고, 당시 백악관으로는 45만여통의 편지가 쏟아졌다. 노변정담도 라디오와 편지를 이용한 사실상의 언택트 소통이었다.


루스벨트의 노변정담 이후 8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대통령이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의 종류는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소통은 형식과 방법이 아닌 의지의 문제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