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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처벌 논란' 디지털교도소가 남긴 것…'강력범 형량강화' 필요

'사적처벌 논란' 디지털교도소가 남긴 것…'강력범 형량강화' 필요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 A씨가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성범죄자·아동학대·강력사건 피의자 등의 신상정보와 선고 결과를 무단으로 올려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A씨는 베트남에서 검거돼 이날 전세기를 통해 송환됐다. 2020.10.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사적처벌 논란' 디지털교도소가 남긴 것…'강력범 형량강화' 필요
디지털교도소의 기존 주소로 접속했을 시 뜨는 차단안내 메시지. © 뉴스1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성범죄 등 강력사건 범죄자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해온 '디지털교도소'가 돌연 사라진 가운데, 비슷한 신상공개 텔레그램 계정 '주홍글씨'도 운영 중단을 예고했다.

특히 디지털교도소는 엉뚱한 사람을 신상공개해 큰 논란을 불렀지만 '강력범죄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부 국민 공감대 속에서 한때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18일 텔레그램 계정 주홍글씨에 따르면, 주홍글씨는 지난 14일 "주말 이후 일주일 내로 서비스 중지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1기 운영자가 검거됐지만 계속 운영됐던 디지털교도소는 이미 돌연 자취를 감춘 상태다. 앞서 1기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디지털교도소는 2기 운영자가 넘겨받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사이트를 접속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디지털교도소는 새 주소로 다시 문을 열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새 주소를 안내하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운영을 지속했지만 돌연 사이트와 SNS 모두 갑자기 사라졌다.

경찰은 앞서 베트남에서 검거해 국내 송환한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 A씨(30대 남성·구속)를 통해 2기 운영자가 주홍글씨 운영자와 같은 인물이거나 주홍글씨 관련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교도소 2기 운영자와 주홍글씨 운영자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가 진척됨에 따라 운영자가 압박을 느끼고 사이트와 계정을 폐쇄하는 것으로 본다.

이들 사이트와 계정은 n번방·박사방 등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던 시기에 등장해 한때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대학생 정모씨(20)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숨지면서 이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커졌다.

디지털교도소·주홍글시의 사적제재가 사법적·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고민거리에 편승해 '영웅심'으로 불법한 일을 저지르며 피해를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법체계가 충족해주지 못한 국민들의 분노를 대신 달래줬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계기로 형량 강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성범죄라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등장했지만 범죄의 피해에 비해 형량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디지털성범죄 1심 재판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집행유예' 비율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집행유예 비율은 2015년 27.7%에서 2016년(31.9%), 2017년(33.8%), 2018년(40%), 2019년(44.7%)를 거쳐 올해(1~6월) 48.9%를 기록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국가의 형벌체계로 엄정한 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니 이런 것으로 사람들의 분노가 분출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형이 엄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교도소를 유심히 살펴봐왔다는 직장인 이유나씨(가명·34)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형량이 너무 적어서 판결 후 처벌을 해도 억울하니까 사적 처벌하려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거주 직장인 김소정씨(가명·29)는 "사적제재로 인해 누군가 자살하는 등 피해가 적지 않았다"면서도 "사법기관에서 제대로 처벌했으면 사적제재가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한, 양면적인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고 기존 판결례에서 선고된 양형보다 높은 엄중한 양형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