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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겨냥 '이에는 이'… '새우등 신세' 한국기업 유탄 맞을라 [중국, 수출관리법 통과]

틱톡 제재 맞불… 갈등격화 예고
안보 위협 물품, 제3국 수출금지
中기업·해외기업·개인 모두 대상
中수출 막히면 韓 중간재도 피해

美 겨냥 '이에는 이'… '새우등 신세' 한국기업 유탄 맞을라 [중국, 수출관리법 통과]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물품을 제3국으로 수출할 수 없도록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맞불을 놓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제22차 회의 폐막일인 전날 수출관리법안을 통과 시켰다. 이 법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수출관리법안은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물품을 제3국으로 수출할 수 없도록 제재하는 법안이다. 중국 내에 있는 중국기업이나 해외기업, 개인 모두 제재대상이 된다.

수출관리법 적용 대상은 대규모 살상무기 및 운반도구 설계·개발·생산 관련 물품, 핵무기·생화학무기 등 테러 용도의 물품 등이다.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기업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내용인데, 자칫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완제품 수출이 막히면 부품 공급업체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불똥' 韓기업에도 튈까 우려


대상 리스트는 중국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정한다. 대부분 군사분야이지만, 첨단기술 대부분이 군사기술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일반기업도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외기업도 똑같이 관계 법률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제재 리스트에 오를 경우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기업도 피해를 볼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한국이 주로 중간재를 중국에 판매하면 중국은 완제품 형태로 만들어 최종 해외로 수출하는 무역구조를 갖고 있다. 만약 중국의 완제품이 수출관리법안에 적용된다면 수출길이 막히고, 더 이상 제품을 추가 생산할 이유가 없어진다. 따라서 한국기업의 중간재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비중은 전체 가운데 25.1%다. 상품 4개 중 한 개는 중국에 내다 판다는 의미다.

아울러 내수 중심의 쌍순환을 강조하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면 앞으로 첨단기술이 들어간 제품 등에 대한 수출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첨단기술은 일반 제품뿐만 아니라 군사용 무기 등에도 광범위하게 쓰인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의 해석 여부로, 국가안보 위해물품이 될 여지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향후 내수를 기반으로 외수까지 확대하는 쌍순환 전략을 펼치겠다고 천명했다. 국내 시장이 좁고 경제성장의 상당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선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로 꼽혔지만 중국이 새로운 규제를 내놓으면서 '복병'을 만난 셈이 됐다.

중국 소식통은 "한국도 이제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부터 유지해온 교역구조에 변화를 줄 필요는 있다"면서 "다만 중국이 새 법안을 어떻게 활용할지 여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中 새 규제, 美와 유사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통신장비회사 화웨이를 비롯해 틱톡, 위챗 등 중국의 인기 애플리케이션과 반도체 업체 SMIC(중신궈지)까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전방위 규제하고 있다. 최근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란 외신 보도도 나왔다.

중국 법안 내용을 보면 미국의 수출통제기업 제재리스트와 겹친다. 미국은 지난 5월 자국 안보·국익을 해칠 수 있는 기업에 수출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허가 없이 중국에 수출할 경우 해당 업체는 미국 상무부 금지 고객리스트에 오른다.

리스트는 중국기업 외에 중국인과 공동연구도 차단했다. 사람에 의한 기술이전도 대중수출로 간주한다. 화웨이와 관련 해외 소재 자회사 114개 등도 여기에 이름이 올랐다.

중국은 영국계 은행인 HSBC가 갖고 있던 중국의 달러화 국채은행 지위를 사실상 박탈하기도 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주 자국의 달러화 국채 판매권한을 외국계 은행에 위임하면서 HSBC를 빼고 씨티그룹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중국의 달러화 국채 판매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60억달러(약 6조8880억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 편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HSBC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조사에 협조했다. HSBC는 주로 홍콩을 무대로 활동하는 은행이다.

반면 미국의 중국 때리기 압박에도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중국 FDI는 작년동기 대비 23.7% 늘어난 142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올해 1∼9월 사이 FDI도 103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2.5% 늘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