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미세플라스틱을 지렁이가 먹어 검출하기 어려운 나노플라스틱으로 만들어낸다고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안윤주 교수가 밝혀냈다.
[파이낸셜뉴스] 편리함의 대명사 플라스틱이 무분별하게 버려지면서 환경오염 부메랑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땅속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나노플라스틱으로 변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안윤주 교수 연구팀이 지렁이가 땅속 미세플라스틱을 먹어 나노플라스틱으로 만들어낸다고 20일 밝혔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지렁이는 정상적 정자형성을 방해받아 번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미 환경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더 잘게 쪼개져 나노플라스틱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 관리의 필요성을 뒷받침한 것이다.
안윤주 교수는 "나노플라스틱의 위험에 대한 과학적 근거 및 분석기술이 부족한 실정에서 나노플라스틱의 토양 분포 및 토양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토양샘플에서 3주간 배양한 지렁이의 분변토에서 얻은 입자성 물질들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기존에는 현미경 이미지를 통해 확인된 입자성 물질을 미세플라스틱으로 정의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안 교수는 "토양에서 실제 실험을 해보니, 전자현미경 이미지만으로 이것이 작게 쪼개진 나노플라스틱인지, 토양입자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 오염토에 3주간 노출된 지렁이의 분변토에서 얻은 입자성 물질들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미세플라스틱 보다 작은 물질이 관찰됐다. 건국대 안윤주 교수 제공
연구진은 간접적으로라도 쪼개진 나노플라스틱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전자현미경 이미지 이외에도 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 분석을 통해 입자의 성분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관찰 결과, 미세플라스틱 보다 작은 입자성 물질이 존재하는 것을 알아냈다.
이를 통해 토양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될 경우 지렁이 섭취활동에 의해 더 작은 입자의 나노플라스틱이 지렁이 장 내에서 생성되며, 분변토 배출활동으로 토양으로 다시 배출되고, 다른 토양생물종이 더 미세화된 크기인 나노플라스틱에 재노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환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드스 머티리얼스'에 지난 9월 18일 온라인 게재됐다.
한편, 재활용되지 못하고 환경으로 유출된 플라스틱들은 풍화, 광분해, 물리적 마모 등을 거쳐 미세화되어 크기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은 UN환경프로그램 2014년 국제환경 문제에 미세플라스틱을 포함시켰을 정도로 그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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