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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운동 거점 '클럽71', 새 보안법 발효후 폐쇄 결정

코로나19에 자유 억누르는 보안법 발효로 이달 말로 문닫아

홍콩 민주운동 거점 '클럽71', 새 보안법 발효후 폐쇄 결정
[홍콩=AP/뉴시스]홍콩 민주화 운동의 중심으로 유명했던 술집 '클럽 71'에서 지난 9일 홍콩의 장발로 불리는 민주화 운동가 량궈슝(梁國雄)이 홍콩 시위대의 5가지 요구 사항을 상징하기 위해 손가락 5개를 펼친 손바닥을 들어보이고 있다. '클럽 71'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와 새 홍콩보안법 발효에 따른 자유 억압을 이기지 못하고 10월 말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2020.10.19
[홍콩=AP/뉴시스]유세진 기자 = 홍콩의 그레이스 마는 2003년 7월1일 새 국가보안법 제정 계획에 항의하는 50만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자신의 바 이름을 '클럽 71'로 지었다.

그녀는 "클럽 71이라는 이름을 택한 것은 수많은 시민들이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무시하지 않고 저항에 나서 시위를 벌이는 것에 희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클럽 71'은 유명세를 타면서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과 지식인들이 모여 한두 잔의 맥주를 마시며 자유롭게 토론하는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홍콩을 강타했고, 중국이 지난해 홍콩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발생에 대응해 정치적 표현을 억누르는 새 홍콩 보안법을 지난 6월 말 발효시키면서 홍콩의 서구식 자유는 타격을 입었다. 그레이스 마는 이제 '클럽 71'의 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홍콩 정부가 수개월 간 술집 폐쇄 명령을 내리면서 '클럽 71'의 재정은 악화됐다. 그레이스 마는 이달 말까지만 술집을 운영한 뒤 문을 닫을 예정이다.

60대인 그녀는 "지난 6개월 중 3개월은 문을 열지 못했다. 사업은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제한도 술집이나 식당들의 수용 능력을 절반으로 줄여 수익을 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녀는 술집들의 경우 식당보다 훨씬 더 엄격한 제한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클럽 71'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요즘에는 이를 아쉬워하는 손님들이 대거 몰려 다시 분주한 모습을 되찾았다. 실내 벽들이 민주화 예술품들로 장식된 '클럽 71'은 홍콩 시민들에게 서로를 존중하는 최소한만 지키면 아무 제약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곳이었다고 그레이스 마는 말했다.

'클럽 71'이 문닫을 예정이라는 소식에 실망했다는 컹풍(41)이라는 단골 손님은 "홍콩에는 이런 종류의 술집이 거의 없다"며 실망했다. 홍콩 총학생회 대표를 지냈던 그는 "(술집 문을 닫는 게)매우 안타깝다"며 "분위기가 비슷한 다른 술집을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클럽 71의 고객 중에는 긴 머리로 홍콩의 장발(長髮)로 알려진 량궈슝(梁國雄) 전 입법회 의원 겸 민주화 운동가도 있다. 량궈슝은 '클럽 71'의 전신인 '클럽 64' 시절부터 이곳의 단골이었다.

그레이스 마는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홍콩 상환(上環) 지역에 있던 클럽 64를 현 위치로 이전하면서 이름을 '클럽 71'로 바꾸었었다.

량궈슝은 '클럽 71'에 대해 "모두가 연결되고 소통하며, 때로는 둘러앉아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하는 홍콩의 중심이었고 홍콩 사람들의 만남의 광장이었다"고 말했다.

향궈귱 외에도 민주화 운동 지지자로 잘 알려진 가스 데니스 호(何韻詩), 인기 많은 영화 제작자 크리스토퍼 도일 등이 '클럽 71'의 단골 고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레이스 마는 '클럽 71'을 폐쇄하는 것은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안심도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재정적으로 정말 버틸 수 없었다. 이제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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