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절충안’에 공방 가열
산업부 자료삭제·감사방해 드러나
靑 외압여부 놓고 향후 논란 예고
감사원의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관한 감사 결과는 일종의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국회가 감사를 요청한 지 386일 만에 월성 1호기 감사 결과가 발표된 20일, 정부가 월성 1호기 경제성을 낮게 평가했음이 밝혀졌지만 관련자들에 대해선 기관경고와 경징계에 그쳤다.
정부가 경제성까지 낮추면서까지 탈원전 정책 정당성 확보에 나선 것은 무리했다는 것 정도만 확인된 셈이다. 이에 청와대 등의 외압 여부를 놓고 정치권은 향후에도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 속도는 다소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면죄부 논란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탈원전을 전면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감사원은 무엇보다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부실한 자료 제출과 관련자료 삭제 지시 등을 한 것에 집중했다는 전언이다.
감사원은 산업부 국장과 부하직원이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같은 해 12월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성 평가와 관련,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을 놓고 판매단가 변경을 비롯해 조기폐쇄 시 감소비용을 과대 추정하는 등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것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에서 조기폐쇄 결정 자체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이번 조기폐쇄 결정 요인을 '경제성'으로 한정해 감사가 이뤄진 것이나, 감사원 스스로 논란을 의식해 범위를 한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국회의 감사요구 취지 등에 따라 안정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이번 감사범위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의 범위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고려사항 중 경제성 분야 위주로 이뤄졌다"며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공은 정치권으로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는 탈원전 찬반 진영의 공세를 다분히 의식한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정치권은 감사 결과에 대해 아전인수식 평가를 쏟아내며 공방만 벌였고, 청와대는 탈원전 정책 기조 유지의 명분으로 활용했다. 앞서 판사 출신 원칙론자로 평가받는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번 감사를 놓고 청와대·여권과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일단 청와대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관한 감사 결과에 관해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안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월성 1호기 감사 결과에 관한 청와대 입장에 "특별히 입장을 낼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내부에선 감사원이 경제성 부분만 지적할 뿐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하는 절충안을 낸 것을 청와대가 탈원전 정책 유지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감사 결과에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영구 가동중단을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했다는 취지의 설명도 담겼다는 점이다. 감사 결과에는 당시 산업부 장관이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던 대로 월성 1호기를 방문하고 돌아와 외벽에 철근이 노출됐다는 점을 청와대 내부보고망에 게시했고, 이에 대통령이 관련 질문을 했다는 취지의 보고 배경이 언급됐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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