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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軍수뇌부, 한일 동시방문…'對중국 나토' 구상 박차

미국 軍수뇌부, 한일 동시방문…'對중국 나토' 구상 박차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요 동맹국 방문차 방한한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과 한반도 및 역내 안보정세와 다양한 동맹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0.10.20/뉴스1


미국 軍수뇌부, 한일 동시방문…'對중국 나토' 구상 박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사틴더 사이니 인도군 육군참모차장이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해 아태 지역에서 양국군 당국간 파트너십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출처=트위터© 뉴스1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판 나토(NATO)'라 불리는 집단 안보체제 창설 구상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이를 담당하는 핵심 수뇌부가 한국과 일본을 동시 방문해 그 배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중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간 비공식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까지 더한 '쿼드 플러스' 출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을 겨냥한 집단안보체제 구성에 속도를 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판 나토' 전략은 미국이 전통 우방국인 한일 차원을 넘어 쿼드 4개국과 주변국가로 군사동맹을 확대해 중국을 고립시키고, 이른바 '우방국 네트워크'를 통한 중국 견제 및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20일 국방부에 따르면, 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청사를 방문해 서욱 장관과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잇따라 접견하고 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데이비슨 사령관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양국 군 당국간 최고위급 협의체인 한미 안보협의회(SCM)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지 일주일만에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수행하는 담당자가 코로나19 상황도 무릅쓰고 전격 한국을 방문한 데 있다.

데이비슨 사령관의 방한은 지난해 11월 SCM 참석차 방문 이후 1년만이다. SCM 미측 주요 멤버 중 하나인 그는 지난주 워싱턴서 열린 올해 SCM에도 참석해 서 장관과 만났다.

국방부는 이날 서 장관과 데이비슨 사령관의 접견에 대해 "주요 동맹국 방문차 방한을 계기해 한반도 및 역내 안보정세와 다양한 동맹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연례적 차원의 일정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CM이 공동기자회견 취소 등으로 잡음을 낳은 상황에서 일주일만에 미국 인·태전략 핵심 담당자가 서욱 장관과 다시 만났다는 점에서 이날 방문의 성격과 논의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SCM 공동성명에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가 12년만에 처음으로 빠진 것과 관련 후속 차원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SCM 공동성명을 두고 독일 등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를 추진해온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현재 교착중인 방위비분담금(SMA)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돼왔다.

데이비슨 사령관과 동시에 라이언 맥카시 미 육군장관이 이날 전격 일본을 방문한 것도 '쿼드 플러스' 등과 관련된 아태 지역 주둔 미군 재배치 논의와 연관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다.

중국 봉쇄(containment)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국의 새 국방전략은 지상과 해상, 우주 등으로 분리됐던 작전영역을 통합해 전구(theater) 차원에서 작전을 운영하는 미 육군의 다영역작전(MDO)을 기반으로 하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를 수행하는 핵심 본부격이다.

여기에는 2022년까지 일종의 반중특임부대인 다영역특임단(MDTF)을 창설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는데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부대로 창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총지휘하는 데이비슨 사령관 역시 이날 한국 방문 뒤에는 일본으로 넘어갈 계획이다. 도쿄에서 맥카시 장관과 합류해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태 지역에서 미군의 작전개념이 육군의 역할이 확대되는 다영역작전으로 변하게 되면 육군 중심인 주한미군 구조와 규모 등에도 이에 따른 재편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의 대북억제와 중국의 미국 견제 전략인 AD/A2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복합적인 임무를 맡거나 아태지역 분쟁 등에 투입할 가능성도 계속 거론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담당하는 수뇌부의 한일 동시 방문에 대해 "미국이 MDO을 통해 역내 핵심 동맹을 묶어 중국에 대응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한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단순히 주한·주일미군 병력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군의 역할과 대비태세 및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하려는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