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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초 피하긴 어렵다" '민식이법’ 기소 50대 무죄

아이가 뛰어나와 꽝…“사고 피할 수 없었을 것”
시속 28.8㎞ 주행 중 사고, 아동 전치 8주

"0.7초 피하긴 어렵다" '민식이법’ 기소 50대 무죄
횡단보도 건너던 초등학생 친 50대…민식이법 위반 ‘무죄’/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시속 28.8㎞ 주행 중 어린이보호구역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블랙박스를 확인해 본 결과 0.7초에 아이 피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기소된 50대 운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다.

검찰이 피고인이 운전자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본 것과 상반된 판결이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기소된 A(57·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피고인 A(57·여)씨는 지난 4월 2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도로의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다가 승용차로 B(10)양을 들이받아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법정에 섰다.

B양은 A씨 반대 방향 도로에 정차해 있던 차 뒷좌석에서 내려 도로를 횡단하다가 A씨 승용차와 부딪혔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여서 민식이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심리 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중 ‘차량 앞부분 충격’을 ‘운전석 측면 충돌’로 바로잡으며 사건 경위를 세심히 살폈다.

"0.7초 피하긴 어렵다" '민식이법’ 기소 50대 무죄
지난 21일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불법유턴을 하던 차량에 치여 숨진 전북 전주시 반원동 한 어린이보호구역. 2020.5.22/뉴스1 /사진=뉴스1


유무죄는 ‘블랙박스 영상’이 갈랐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서에 따르면 B양이 A씨 차량 블랙박스에 출현한 시점부터 충돌 시점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0.7초다.

주행 중 운전자가 전방의 위험 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실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인 이른바 ‘공주시간(통상 1초)’보다 짧다.

당시 승용차의 속도는 시속 28.8㎞로 제한속도(시속 30㎞) 이하였으며 0.7초 동안 피고인 차량이 이동한 거리는 약 5.6m였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식 가능한 시점부터 충돌 시점까지의 시간이 공주시간보다 짧은 0.7초인 바, 피고인으로서는 아무리 빨리 피해자의 존재를 인식했더라도 충돌 시점까지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전자의 의무는)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의 위험 등을 인식하기 위해 도로 및 도로변을 주시하면서 주행할 의무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이의 존재를 전혀 인식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나올 것까지 예상하면서 시속 30㎞의 제한속도보다 현저히 낮게 서행해야 한다거나, 어린이가 갑자기 나올 수도 있을, 시야에 제한이 있는 모든 장소마다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교통사고 당시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는 35만4857명이 동의할 정도로 논란이 분분하다.

정부는 해당 청원 답변에서 민식이법이 과잉처벌을 부추긴다는 지적과 관련, “기존 판례를 보면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운전자 과실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서 “어린이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입법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이해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