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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번호로 연락한 수능 감독교사, 2심 유죄

수험생 번호로 연락한 수능 감독교사, 2심 유죄

[파이낸셜뉴스] 대입수학능력시험 감독 중 알게 된 전화번호로 피해자에게 '맘에 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고등학교 교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뒤집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최한돈 부장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씨(32)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11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수능고사장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험생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주소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응시원서를 제공받고 이를 각 수험생의 수험표와 대조하는 과정에서 B양의 연락처를 알게 됐다.

A씨는 며칠 뒤 B양을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한 뒤 '사실 맘에 들었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개인정보보호법 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1심은 "A씨는 수험생의 동일성 확인 등 수능감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이용함으로써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A씨도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는데, 2심 재판부가 이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A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2심은 "1심 판단은 개인정보보호법 입법취지는 물론 개인정보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목적까지 저해하는 것이어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형법을 해석해선 안 된다는 1심 판단에는 동의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입법목적에 비춰볼때 개인정보의 보호에 틈이 없도록 관련 규정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교육청으로부터 수능감독관으로 임명돼 시험감독업무 수행을 위해 개인정보처리자인 교육청으로부터 수험생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므로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포섭된다"고 밝혔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B양은 A씨의 연락을 받고 두려워서 기존의 주거지를 떠나는 등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A씨는 변명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B양의 전화번호를 과거 근무하던 학원의 아는 사람과 착각해 이름으로 카카오톡 아이디를 검색해 연락하게 됐다거나, 카페에서 우연히 점원에게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들어 알게 됐다는 등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