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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방한 대신 강경화 방미 조율…"韓 패싱 논란 불식"

폼페이오, 25~30일 아시아 순방 명단서 韓 빠져 강경화 "폼페이오 초청으로 가까운 시일 내 방미" 외교부 "韓 패싱으로 보지 않아…여러 사항 고려" 종전선언, 전작권, 방위비 등 불협화음 불식 포석

폼페이오 방한 대신 강경화 방미 조율…"韓 패싱 논란 불식"
【서울=뉴시스】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2019.02.15. (사진=외교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한국과 미국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미국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당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이달 한국을 방한할 예정이었지만 대신 강 장관을 미국으로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방미 시기는 오는 11월3일 미 대선 이후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지난 21일, 22일 폼페이오 장관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갖고, 폼페이오 장관의 초청으로 가까운 시일 내 미국을 방문해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22일 외교부가 전했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일정과 의제에 대해 양측 간에 조율 중에 있다"며 "양측은 여러 여건 등을 감안해서 강 장관의 방미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 참석한 뒤 7일에는 몽골, 7~8일에는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시아 순방을 불과 이틀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미국은 일본 방문만 진행하고 한국과 몽골 방문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10월에 아시아를 다시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한미는 10월 중에 방한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이달 말 아시아 순방에서 한국은 또다시 제외됐다. 미 국무부는 21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인도, 스리랑카, 몰디브, 인도네시아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일단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주 자리를 비우는 만큼 강 장관의 방한 시점은 11월3일 직전 또는 대선 이후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오는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방한 대신 강경화 방미 조율…"韓 패싱 논란 불식"
(출처=뉴시스/NEWSIS)
사실상 미 대선 후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상당기간 혼란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방미가 추진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달 중순 비공개로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강 장관까지 잇따라 미국을 찾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은 물론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 방위비 협상, 미중 갈등 현안 등을 놓고 잇따라 이견이 표출되며 '한국 패싱(Passing·무시)' 논란을 불식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미 현안에서 심도 깊은 논의는 사실상 어려울 수 있지만 미 대선 결과에 상관 없이 상황 관리 측면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패싱으로 보지 않는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방미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 대선을 전후해 방미를 타진하는 것에 대해 "당초 10월 초에 폼페이오 장관이 방한할 예정이었고, 미국은 10월 중에 방한 재추진할 의향이 있었지만 강 장관이 방미하는 것으로 됐다"며 "갑작스러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강조했던 종전선언을 비롯한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미국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나 "종전 선언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한미 간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1일 현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이 북한의 핵 포기 없이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북한의 비핵화, 북한 주민의 밝은 미래라는 관점에서 북한과 한국 간의 상태를 바꿀 문서들을 명백히 포함하는 이슈들을 바라보는 미국의 방식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 문제와 방위비 협상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인 2022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에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온도차를 보였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 역시 4월 잠정합의안 타결이 무산된 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CM에서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가 2008년 이후 12년 만에 빠지면서 주한미군 축소 또는 철수를 방위비 협상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강 장관이 미중 갈등 상황에서 반중(反中) 노선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을 향해 한국의 입장을 적극 설명할지도 주목된다. 지난 14일 화상으로 진행된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에 중국 IT기업을 배제시키기 위한 '5G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 구축 계획을 설명하고, 협력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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