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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환 사모펀드 피해자 대표 "여야 정쟁만, 피해구제·재발방지는 뒷전" [인터뷰]

금융·증권사 대표 안 부른 국감 '실망'
정책 실패가 '원인'··· 전면 재검토해야
사모펀드 문제 여당이 더 몸사려 '답답'

이의환 사모펀드 피해자 대표 "여야 정쟁만, 피해구제·재발방지는 뒷전" [인터뷰]
이의환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사진)과 지난주 만나 정부의 사모펀드 사태 대책과 국회 국정감사 등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사진=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피해자 80%가 5억원 미만 투자자입니다. 기업·대신·신한 같은 중개사(은행, 증권사) 이름만 믿고 계약했다 피해를 봤죠. 이곳들은 직원과 회사의 잘못에 책임을 지지 않고 있어요. 평생 믿어온 투자사와 금융사한테 당한 겁니다. ‘미국, 이탈리아, 영국이 망하지 않는한 손해도 없다’던 직원들 말에 투자했는데 막상 상품은 부실 덩어리였죠. 소액투자까지 받겠다며 규제를 풀어준 정부와 부실한 자산운용사 이미지를 만들어준 금융기관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서울 양천구에서 26일 만난 이의환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정부와 금융기관이 적극 나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일 언론지면을 라임과 옵티머스 같은 사모펀드 투자운용사가 장식하고 있지만, 사건의 본질은 빠져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지난달 창설된 공대위는 기업은행디스커버리와 라임, 교보로얄, 대신증권라임, 독일헤리티지, 신한은행라임CI펀드 등 다양한 펀드사기 피해자들이 획일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든 단체다. 연달아 터지는 사모펀드 사기 사건이 대체로 비슷한 원인과 과정을 겪었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씨는 “'발생한 피해에 어떻게 대응하겠다' 하는 것부터 해결이 시작되는 건데 그런 건 싹 빠진 채 여야 정쟁만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책을 내놨지만 제대로 시행도 안 되고 비슷한 문제가 계속 벌어졌는데 이번에도 비슷하게 발등의 불만 피해가겠다는 모습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DLF 사태 이후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개선방안’을 최종 확정해 올해 업무계획에 포함시켰다.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성이 큰 금융투자상품군을 별도로 설정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고난도 상품’ 해당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판정단을 구성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금융위는 올해 업무계획에 1·4분기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및 금투협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시행령은 현재까지도 법제처 심사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사모펀드 활성화한다며 투자제한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자산운용사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는데 피해본 걸 보면 5억원 미만 피해자들이 검증 안 된 사모펀드 운용사한테 당한 게 절반이 넘는다”며 “정부 정책실패로 없었을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에도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펀드들을 전수조사하고 대책마련을 해야 하는데 모험자본을 활성화한다며 기본정책은 그대로 가고 미봉책만 내놓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어느 한 자산운용사나 은행을 넘어 정부가 정책 실패 책임을 지고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감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은행이나 증권사 대표를 부르지 않고 실무자들만 추궁했는데 책임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사태에 책임이 있는 건 박근혜 정부인데도 더불어민주당이 펀드문제의 심각성을 못느끼고 방어적으로만 나오는 모습이 남의(새누리당의) 원죄를 뒤집어쓰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공대위는 시중은행들의 책임을 알리는 운동도 준비 중에 있다. 이 위원장은 “어떤 은행은 피해가 크고 다른 은행은 피해가 적은데 내부 심사부서가 역할을 다 했느냐 아니냐의 차이”라며 “피해자들 차원에서 아예 주거래은행을 다들 바꾸는 운동 같은 걸 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공대위는 정부의 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연대투쟁을 통한 입법운동과 금융기관 순회방문투쟁 등도 이어가겠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