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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대혼선'…제주 병·의원 72곳 접종 보류 나서

제주도의회 “도민불안 계속 일시 접종 중단” 촉구
제주도, 독감백신 접종 논의…1차 부검 사인 미상

독감 백신 '대혼선'…제주 병·의원 72곳 접종 보류 나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2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 제주보건소에서 독감 백신을 맞고 있다. [제주도 제공] 2020.10.22.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지역에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60대 남성이 숨진 이후 백신 접종을 중단해야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라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지방정가와 의료계 일부에서는 ‘일시 접종 중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88회 임시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오라동)은 “독감블루라는 말까지 생기면서 도민들이 너무 불안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이어 “대한의사협회는 일주일 동안 접종을 유보해달라는 성명도 발표했다”며 “특히 제주도는 전 도민 무료로 접종을 시행하고 있는데 올바른 정책이냐”고 따져 물었다.

■ “접종 계속 vs 보류 권고”…엇박자

고은실 의원(정의당·비례대표)도 “백신 접종 사망자 부검 결과도 2주 후 나온다고 하는데, 도민이 안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원희룡 지사가 직접 접종을 받는 행위만으로는 도민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제주에서만이라도 1주일 정도 접종을 잠정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지금까지 도내 민간 위탁의료기관 72곳에서 대한의사협회의 백신 접종 1주일 보류 방침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면서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백신 접종 중단여부에 대한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승현 행정부지사도 이날 도의회 답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에서도 질병관리청이 백신 접종을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답변을 했고, 지자체에게도 그런 지침을 줬다”며 “앞으로 추이를 보며 질병청과 계속 협의를 해나가겠지만 현재는, 맞아도 괜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이와 함께 제주지역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숨진 A(69)씨에 대한 1차 부검 결과가 '사인 미상'으로 나옴에 따라 경찰은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 상온노출 독감백신 도내 접종 중단

하지만 독감 백신이 운반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과 관련해 질병관리청이 국가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긴급 중단한 가운데, 해당 백신이 공급된 도내 의료기관에서도 접종이 중단됐다.

해당 백신은 도내 병·의원 293곳에 2만9000여개가 공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6개 보건소에도 해당 백신을 8900여개를 보관하고 있다.

도는 이에 대해 정부의 품질검사 결과와 접종 재개 방침이 나올 때까지 접종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도는 지난 13일부터 전 도민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 지원에 나섰다. 이는 환절기를 맞아 증상이 흡사한 독감과 코로나19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에 따른 의료체계 붕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관련 지원 조례의 제정과 함께, 100억원의 예산도 마련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빠르게 전파되면서 접종 중단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은 이에 따라 24일 오후 3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과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접종 유보여부에 대한 도의 최종 입장도 이날 정리될 전망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