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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국감은 끝났지만…사모펀드 대책 '과제' 산적

금융당국, 국감은 끝났지만…사모펀드 대책 '과제' 산적
윤석헌 금감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사기로 판명된 라임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이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사기극에 연루된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모펀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23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올해 국감을 마쳤다. 최대 현안은 예상대로 사기로 드러난 대규모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였다. 국감을 앞두고 여권 인사들의 연루설이 제기되면서 사모펀드 논란이 확산됐다.

사모펀드 문제가 정치 공방으로 비화된 가운데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에 대한 인식은 여야를 모두 관통했다. 이미 부실 징후가 곳곳에 드러났고 금융당국 역시 문제를 파악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에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라임의 경우 금감원이 지난 2017년 주식시세 조정 의혹 제보를 받았지만 자체 종결 처리했다. 또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이 옵티머스를 적기시정조치로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었지만, 과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하면서 결국 펀드 사기 사건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마저 옵티머스 사기 사건을 밝혀냈는데도 금융당국은 여러 차례 검사에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과기부가 전파진흥원 투자와 관련해 자체감사까지 했고 불법 사실에 대해 수사 의뢰를 했지만 금융당국은 조치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국회에선 감독 부실로 금융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금융당국에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규제 강화, 효율적인 고객 손실 보상 방안 등 여러 대책을 요구했다. 페어펀드(Fair-Fund) 제도 및 집단분쟁조정제,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의 도입도 주문했다.

국감에서 부실 감독 질타를 받은 금융당국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규제를 섣불리 강화할 경우 시장 위축을 불러올 수 있어 조심스럽다. 모험 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약화할 수 있는 까닭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기존에 발표한 사모펀드 제도개선방안의 입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운용사 내부통제 강화,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 확대, 감독당국에 대한 보고의무 강화, 부실 운용사 적극 퇴출 등이다.

특히 모집인원 49인을 넘어서면 공모펀드 규제를 받는 것을 피하고자 사모펀드를 쪼개서 운용하는 쪼개기 편법을 막을 계획이다. 펀드 쪼개기 판매가 적발될 시에는 엄정 조치도 취한다. 이와 함께 한국예탁결제원은 비시장성 자산에도 표준코드를 부여해 사모펀드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펀드사기 사건인 제2의 라임·옵티머스 사태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적격 일반투자자 요건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윤석헌 원장도 사모펀드 투자자 자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DLF(파생결합펀드) 대책을 발표하면서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단순한 투자금액 기준이 아닌 위험을 감수할 재정적인 능력과 전문성을 사모펀드 적격 일반투자자 요건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일단 사모펀드 전수조사 결과를 본 후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내부 통제 시스템도 강화한다.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났기에 재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금감원의 경우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에 전직 직원들이 연루돼 수사를 받으면서 금융회사에 책임을 물을 자격이 과연 있느냐는 비난이 나올 정도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선 청와대에 파견돼 일하던 김모 전 행정관이 동향 출신인 라임 사태의 배후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금감원 검사 관련 정보를 전달받아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권은희 의원은 김 전 행정관에게 검사 관련 정보를 건넨 금감원 직원 A씨도 김봉현 전 회장으로부터 유흥업소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옵티머스의 경우 윤모 전 부국장이 수천만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전직 금감원 직원도 금감원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따뜻한 마음으로 봐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다시 한번 조이고 혹시라도 추가적인 문제가 없도록 잘 챙기겠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시스템은 감독과 정책 집행이 분리돼 있어서 금융 사고 대처를 위한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온다.

이번 국감에서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이 충돌하기도 했다. 윤 원장이 금감원 예산과 감독 집행의 독립성을 주장하면서 "(금감원) 독립안을 내놓겠다"고 하자 은 위원장은 "독립은 혼자서 못한다"며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서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도록 하면 마음에 들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