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터키 발언, 용납할 수 없다"
이탈리아도 "프랑스와 연대하겠다"
아랍권서는 佛제품 불매 운동 확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프랑스와 터키의 갈등이 유럽연합(EU)과 중동의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중동지역에선 프랑스가 '신성모독'을 자행하고 있다며 프랑스산 제품 불매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터키를 향해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독설에 독설…유럽 vs 중동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유럽 지도자들을 싸잡아 '파시스트(과격 국가·국수주의자)'로 비하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이슬람 종교행사에서 "당신들(유럽 지도자)은 진정한 의미의 파시스트"라며 "당신들은 나치와 연결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프랑스 제품 불매를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지난 24~25일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향해 "대체 무슬림, 이슬람과 무슨 문제가 있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고 공격했다.
유럽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막말에 대해 "최악"이라고 표현했다.
독일의 슈테펜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명예훼손"이라고 밝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프랑스어로 글을 올리고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판했다. 콘테 총리는 "개인적인 욕설은 EU가 터키와 함께 추진하고자 하는 긍정적 의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해법을 멀어지게 한다"면서 마크롱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과 완전한 연대"라고 강조했다.
사건의 발단은 프랑스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의 잔혹한 죽음이었다. 파티는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만화를 보여줬다 길거리에서 잔혹하게 살해됐다.
프랑스에선 이슬람에 대한 반감히 커졌고, 마크롱 대통령은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옹호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마크롱 행정부가 이슬람을 대하는 태도를 언급하며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프랑스산 불매운동 확대
에르도안의 독설은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프랑스산 제품 불매운동이 확대되는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쿠웨이트 소비자협동조합연합은 전날인 25일 "매점에서 프랑스산 제품을 철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카타르와 요르단의 상점에서는 일부 식품 배급업자들이 상점에서 프랑스 식품 퇴출을 발표했다. 카타르 대학은 프랑스 문화주간 행사도 취소했다.
쿠웨이트에서는 프랑스산 치즈가 일부 상점에서 자취를 감췄다. 냉장고 위에는 '신의 전령은 프랑스산 제품 거부'라는 문구를 붙였다.
아랍권 여행업자들의 프랑스행 여행도 일제히 취소됐다. 항공편 예약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를 향한 증오 표현도 곳곳에서 나온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시위대가 마크롱 대통령의 얼굴에 발자국을 찍거나, 엑스자 표시를 한 사진을 들고 반감을 드러냈다.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는 트위터에 "마크롱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이슬람을 공격함으로써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는 길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는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풍자만화를 규탄하고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신성모독을 정당화하는 것을 계속 비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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