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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공수처법 개정, 野 무한 비토권…두개의 시나리오 모두 최악

여야 '공수처 출범' 대결
국민의힘, 임정혁·이헌 공식 추천
민주당은 지명 철회 주장
"공수처가 위헌이라는 사람을"

與 공수처법 개정, 野 무한 비토권…두개의 시나리오 모두 최악
그래픽=박희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민의힘 몫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추천된 임정혁·이현 변호사의 정치적 편향을 문제삼아 지명 철회를 주장하면서 공수처장 후보 선출 첫 단계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야당이 공수처 출범 논의의 장으로 들어온 후 '무한 비토권'을 행사해 합법적으로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려는 것으로 보고, 추천위원의 자격 시비를 부각시켜 공수처 출범 정당성을 확보하려는게 여당 의도로 풀이된다. 공수처장 후보 선출 등 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여야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여당은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국회 파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임정혁·이헌 변호사를 야당 몫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인선하고, 국회에 추천서를 제출했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6기 동기다. '공안통'인 임 변호사는 2018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특별검사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 변호사는 보수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2015년에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추천으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민주당은 2015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조사 방해 논란으로 물러난 이 변호사의 이력을 연일 문제삼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변호사가 공수처가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려는 인사로 보고 있다.

민주당 문진선 원내부대표는 "이쯤 되면 (공수처) '발목잡기 행동대장'으로 추천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같은당 김용민 의원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국민의힘 추천위원 2명을 위촉하지 말고 반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의당도 "세월호 방해위원이 공수처 방해위원으로 왔다"며 국민의힘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공수처 중립성을 담보할 적격 인사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여당이 요구해온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구성에 대승적으로 협조한 만큼 라임·옵티머스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을 수용하라고 반격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야당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대해 의도적 지연이라고 규정하고 아전인수격 속내를 드러낸다"고 비판했고, 유상범 의원도 여당에 "굉장히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야당의 추천위원 인선으로 7명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천신만고 끝에 가동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여야 이견이 워낙 커 공수처장 후보 최종 선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만 의결된다. 야당 몫 2명의 추천위원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공수처장 후보 선임이 불가능한 구조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 선출에 협조하지 않고, '무한 비토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의 동의없이도 공수처를 출범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방해하며 무한 도돌이표를 작동한다면 국민을 완전히 우롱하는 거다. 민주당은 준비했다 바로 법 개정을 해야 한다"며 "11월 안으로는 공수처장 문제는 결론내야 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