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원두배달부터 공간기획까지 섭렵… "목적은 여전히 부산" [인터뷰]

커피 스타트업 장윤창 ‘부산인가배’ 대표
컨설팅·운영대행 등 전방위 활동
케이터링·팝업 카페테리아 독보적
"부산 여행객 위한 문화공간 만들것"

원두배달부터 공간기획까지 섭렵… "목적은 여전히 부산" [인터뷰]
'부산인가배'의 장윤창 대표는 28일 부산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1등 브랜드보다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브랜드를 꿈꾸며 한 단계씩 성장을 멈추지 않기를 희망한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식음료 사업으로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부산을 사랑한 한 청년의 소박한 바람이 제대로 날개를 펼쳤다. 19.8㎡(6평)짜리 반지하 임대점포에서 꿈을 키우기 시작한 지 5년여 만이다.

이름에서부터 부산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부산인가배'의 장윤창 대표는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에도 초라한 커피 관련 사업에서 시작해 이제는 창업컨설팅, 공간기획, 운영대행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첫 번째 브랜드 '홈런커피'

부산에서 나고 자라 관광학을 전공한 장 대표의 졸업 후 관심은 취업보다 창업에 쏠려 있었다. 부산이 갖고 있는 매력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 키워드는 '커피'였다. 남들이 한창 수험공부에 매진하던 고3 시절 1년을 통째로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일찍이 그들이 즐기는 커피 문화를 접했던 경험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처음에는 부산을 찾은 여행자를 위한 카페이자 종합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부산인가배라는 회사명도 그렇게 탄생했다. 예부터 한자문화권에서는 커피에 대응하는 가차문자로 '가배'를 썼다. '부산 in coffee'인 셈이다. 소리내 읽으면 입에 착 붙는 부산 사투리가 절로 연상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갓 서른이 된 청년에게 창업의 문턱은 높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사업계획서를 내고 2000만원을 빌렸다. 그렇게 마련한 작은 공간에서 커피 원두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홈런에서 마이스(MICE)런으로

막상 사업을 시작했지만 동네 장사는 녹록지 않았다. 꿋꿋이 단골을 늘려가던 중 마이스 업계에 종사하던 한 고객이 30명 규모 행사에 커피를 제공해줄 수 있겠느냐고 제안해왔다. 원두와 추출도구를 챙겨 해운대 행사장까지 달려가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제공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행사 주문이 30잔에서 50잔, 100잔으로 점점 늘었다.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본격적으로 케이터링 서비스를 위한 장비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고 벡스코 등 행사장을 드나들다보니 또 다른 사업기회가 열렸다. 모터쇼와 같은 대규모 전시회 참가자를 위한 식음료 서비스 수요가 생긴 것. 케이터링 서비스를 하면서 생긴 노하우는 행사장 안에 임시로 운영하는 팝업 카페테리아 사업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브랜드 '카페이네이티드'

그럼에도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우리만의 공간'에 대한 갈망은 여전했다.

2017년 중구 동광동 타워힐호텔 관계자가 장 대표를 찾았다. 호텔 1층 카페 운영에 대한 고민과 함께였다. 장 대표의 머릿속에는 문득 미국 포틀랜드의 에이스 호텔이 떠올랐다. 에이스 호텔은 지역 커피 브랜드인 '스텀프타운(Stumptown) 커피'와 협업해 성공한 사례로 유명하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부산을 찾는 관광객은 주로 해운대와 남포동을 거점으로 삼는다. 남포동에서 가까운 타워힐호텔을 방문한 여행객과 주변 오피스 상권을 아우르는 편안한 카페를 만들어보자는 기획이 시작됐다.

이렇게 탄생한 부산인가배의 두 번째 브랜드 '카페이네이티드(Caffeinated)'는 현재 인근에서 가장 '힙'한 카페 중 하나다.

■새로운 도전, 부산을 넘어

카페이네이티드와 타워힐호텔의 윈윈 사례는 조용히 입소문을 탔다. 올해 초 해운대 마린시티에 상가를 분양받아 카페를 운영하던 한 사장이 사업에 부침을 겪자 위탁운영을 의뢰해왔다. 부산인가배에 운영대행이라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 이번에는 제주도에서 연락이 왔다. 제주의 한 해안도로 인근 땅 소유자가 그곳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은데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없다는 의뢰였다. 당장 맨땅에 건물부터 지어야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부산인가배가 초기 기획부터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 건축, 조경 등이 진행 중이다. 건물이 완성되면 부산인가배가 영업장 운영까지 모두 맡아 할 예정이다.

부산인가배는 계속 부산에서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한편 조만간 전국단위 사업을 위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인생에 모범답안은 없다"

"졸업 후 창업하기까지 약 5년 동안 이런저런 많은 시도를 하면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중간에 물론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세상에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정해진 모범답안을 따라가기만 하는 게 안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장 대표는 아직도 부산인가배에 있어 커피는 '수단'일 뿐 '목적'은 여전히 부산이라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지나가고 부산이 다시 여행객으로 들끓으면 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처음의 꿈도 아직 가슴 한쪽에 있다.

"내 자리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묵묵히 열심히 일하다보니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사업도 계속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1등 브랜드보다는 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브랜드를 꿈꾸며 한 단계씩 성장을 멈추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