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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국민연금도 젠더렌즈투자 시작해야

[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국민연금도 젠더렌즈투자 시작해야
사모펀드 옵티머스의 금융비리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민연금 직원들의 심각한 일탈이 알려지기도 했다. 금융부문은 그 특성상 크고 작은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여성 리더나 여성 관리자 비율이 높은 조직의 부패지수가 낮고, 투명성이 높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8년 기준 부장급 이상 여성 임원 비율이 3.3%에 불과한 우리 금융계도 여성 리더와 임원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해 투자처를 결정하는 지속가능한 ESG 투자가 세계적 대세다. 이런 분위기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투자전략이 '젠더렌즈투자'다. 투자수익도 늘리고 젠더격차도 줄여 해당 기업의 시스템에 변화를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의 한 개념이다. 다양성이 높은 기업의 실적이 더 좋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2012년 크레디트스위스연구소는 여성 이사가 한 명이라도 있는 거대자본 금융회사의 성과가 여성 이사가 전무한 금융회사보다 26%나 더 좋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가 덮친 올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496개 대형 사모펀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자산관리자의 다양성이 높은 사모펀드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496개 사모펀드 중 여성 자산관리자 비율이 3분의 1 이상인 사모펀드는 수익률이 -0.57%였던 반면 자산관리자가 남성으로만 구성된 380개 사모펀드 수익률은 -1.64%였다. 남성 자산관리자로만 구성된 사모펀드는 과도한 IT부문 투자로 인해 균형 잡힌 투자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젠더 다양성을 갖춘 팀과 여성에 대한 긍정적 영향력을 유발한 기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털 회사의 수와 투자금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한 보고서(Project Sages 3.0)에 따르면 2017년 58개 사모펀드·벤처캐피털 회사가 11억달러를 투자한 반면 2019년에는 138개 회사가 48억달러를 투자했다. 138개 사모펀드·벤처캐피털 중 84개사가 처음으로 참여한 기업으로 젠더렌즈투자에 대한 관심 증가를 반영한다. 최근에는 투자시장의 큰손인 주요국 연기금이 젠더렌즈투자 전략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2016년부터 연기금 운용 시 자산의 20%를 여성, 소수민족, 장애인 등이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할 것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의 투자원칙은 저위험, 지속가능성과 장기수익창출 가능성 기업에 대한 투자다. 젠더 다양성이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포함된다. 2018년 캐나다 상장기업 중 이사회에 여성이 없는 45개 기업의 지명위원회 위원장 의결투표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단기간에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도 젠더렌즈투자에 눈을 돌릴 때다.
국내외 총투자액 혹은 총투자기업의 일정 비율을 우량 여성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발표하고 기금운용 보고서에 여성기업 투자 현황도 반영할 때가 됐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민간 상근 전문위원회 등 국민연금기금 운용 관련 주요 위원회에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 참여정책을 도입해 시스템 변화도 함께 주도해야 한다. 젠더렌즈투자를 통해 ESG를 실천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저위험, 지속가능한 성장과 세계적 연기금으로서 위상을 지키는 길이다. 경제만 세계 12위가 아니라 여성유리천장지수도 8년 연속 OECD 꼴찌에서 벗어나 12위로 올려 보자.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