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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결국 부모 잘 만난 사람만 혜택 보는거 아니냐."
정부가 2023년에 첫 분양을 하겠다고 발표한 지분적립형 주택을 두고 볼맨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은 초기 비용으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낮은 소득 기준에 비해 여전히 지분적립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이란 입주자가 최초 분양 때 토지·건물 지분의 20~25%를 취득하고, 4년마다 지분의 10~15%씩 취득하도록 해 20~30년 후에 100% 자기 집으로 갖는 집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참여하는 지분적립형 주택 도입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관련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신규 공급주택중 공공보유부지, 공공정비사업 기부채납분 등 선호도가 높은 도심부지부터 점진적으로 적용하겠다"며 "향후 공급 일정을 감안시 2023년부터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수요가 많은 서울 내 요지에 지어진다는 점과, 과도한 초기 비용 부담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하게끔 설계됐다. 지난 8월 서울시가 공개한 방안에 따르면 지분적립형 주택은 공공분양인만큼 기존의 공공분양 기준을 준용해 소득, 자산 등의 기준이 들어갈 전망이다. 서울시는 전체 물량의 70%를 특별공급에, 30%를 일반공급에 배정할 계획이다. 특별공급 70% 중 40%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30%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적용될 예정이다.
소득 상한선이 분명히 존재하는 정책이지만 4년마다 내야하는 지분은 정책대상자들의 소득으로는 그림의 떡이다.
이를테면 분양가 7억원짜리 지분적립형 주택은 최초분양액 1억7500만원을 지불하고 4년마다 1억500만원씩 적립금을 내야한다. 최소한 1년에 2625만원을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다.
정부는 현재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을 소득 기준을 월평균소득의 최대 130%(맞벌이 140%)으로 삼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2인 가구 월 555만원(맞벌이 667만원)이다. 그런데 지난해 도시근로자가구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이 317만9000원을 감안하면 차액은 238만원(연 2856만원)만 남게된다. 결과적으로 소득 기준에 맞는 사람이 '숨만 쉬고' 20년을 모아야 간신히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득으로만 내집 마련을 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다른 모양새가 나올 수 있다.
무주택자인 변현진씨(34)는 "결국 '금수저 저소득층'만 유리하게 되는 꼴 아니냐"며 "부모의 지원을 받는 사람만 적립금을 손쉽게 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소득 기준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소득 기준을 완화해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실수요자를 넓히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 후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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