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 서초구청장. /뉴시스
심심풀이 문제 하나.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곳은? 서초구다. 46.98㎢로 1위다. 2위 강서구(41.44㎢), 3위 강남구(39.5㎢)를 훌쩍 웃돈다. 가장 작은 중구(9.96㎢)보다 다섯 배 가까이 크다. 뿌리를 따지면 원래 서초구는 강남구에서 나왔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분구했으니 올해로 서른두 살 젊은 구청이다.
부촌이 즐비한 서초구는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자치단체 중 하나로 꼽힌다. 국가대표 기업 삼성도 있다. 삼성은 중구 세종대로에 밀집해 있던 계열사를 2008년에 대거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옮겼다. 삼성은 서초시대를 맞아 일취월장하고 있다. 서초동과 궁합이 잘 맞는 모양이다.
서초구청은 대대적인 청사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건물 하나 부수고 새로 올리는 단순 재개발이 아니라 지상 34층, 지하 6층 규모의 복합 서초타운을 짓는다. 서초 100년을 내다본 웅대한 프로젝트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했다. 2년 뒤 착공에 들어가 2026년 입주가 목표다.
서초구가 요즘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조은희 구청장(59)이 껑충 뛴 재산세를 일부 깎아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제동을 걸었으나 조 청장은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뜻밖에 여당이 조 청장의 도우미로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주택 공시가격을 올리는 대신 재산세를 깎아주려 한다. 조세저항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다. 바로 조 청장이 하려는 일이다. 중간에 낀 서울시만 머쓱하게 됐다.
서초동엔 대검찰청이 있다. 담벼락을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꽃다발이 수백 개가 놓였다. 조 청장은 보수시민단체에 꽃다발을 철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섭섭하다, 너는 무슨 당이냐"는 항의성 문자폭탄이 쏟아졌다. 조 청장은 서울 구청장 가운데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이다. 하지만 조 청장은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그는 "법과 원칙은 공정해야 한다"며 "내 편은 잘 봐주고 상대편은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신선하다. 조은희는 구청장이지만 말과 행동은 구청장급이 아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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