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하향
中企 초과유보소득 과세 등
정부안에 여당까지 반대 '어깃장'
"포퓰리즘에 조세원칙 훼손" 비판
정부가 곳곳에서 터지는 조세저항에 그야말로 '사면초가' 형국에 몰렸다. 나랏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재정준칙에 반대하던 여당이 정작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과 중소기업 초과유보소득 과세 등 정부 증세안에는 어깃장을 놓고 있어서다. 이 와중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세저항의 화살받이'가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퓰리즘과 정치권력을 앞세워 조세 원칙을 훼손한다면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네북' 신세 된 부총리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이미 23만명을 돌파했다. 홍 부총리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바꾸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게 해임 요청 사유다. 국민청원은 30일 동안 20만 이상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해 정부나 청와대 책임자가 답변하는 것이 원칙이다. 해당 청원의 게시일은 10월 5일이며 마감일은 11월 4일이다.
그러나 청원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홍남기 경제팀'의 성적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를 기록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8월 -0.8%로 내리막을 그리던 전산업 생산지수 역시 전달보다 2.3% 증가하는 등 플러스로 돌아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월 20일 홍 부총리 업무보고 자리에서 "8월 중순 이후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내수와 고용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문제는 여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 대상자를 확대하려는 정부 조치를 유예하는 방향으로 당론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홍 부총리로 향했다. 정부 내부에선 민심 이반을 두려워하는 여당이 홍 부총리를 이용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기재부 한 인사는 "(정책을) 여당과 논의없이 결정하겠느냐"며 "부총리가 화살받이가 된 모양새"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저항이 심한 '초과유보소득 과세'에 대해서도 여당은 홍 부총리를 앞세우고 있다.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인 고용진 의원은 지난달 27일 초과유보소득 과세 정책간담회를 열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며 정부안을 비판했다. 홍 부총리는 이미 국정감사를 통해 "이자나 임대소득의 소득세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의 유보소득에만 세금을 매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누더기 세법 양산 우려
문제는 조세저항에 눌려 각종 세법개정안들이 누더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조세 형평성을 내걸고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에 따라 지출은 늘어나는 반면 세수는 줄어드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내년 예산안(정부안) 분석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30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21년엔 72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폭을 확대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행보는 두 갈래에서 조세저항에 직면한 형국이다. 사실상 증세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유권자 표심을 염두에 둔 집권여당의 탄력적 완화 요구까지 겹쳤다.
전문가들은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킨 당초 정부 증세안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시장 충격 등을 고려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주주요건과 유보소득과세는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설익은 정책"이라며 "유보소득과세는 투자 감소 등을 유발하고 대주주의 경우 주식 양도 시 과세되기 때문에 실효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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