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연예기사 댓글 막히니 유명인 사적 공간 찾아 악플 투척
악플 vs 선플 설전 과정에서 해당 지인뿐 아니라 고인도 모독
“박지선 죽음에 감정 표출하려...선악 구도 나누는 게 손쉬운 방식”
박성광이 지난 10월 27일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 / 사진=박성광 인스타그램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지난 2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 박지선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악플러들이 코미디언 동료인 박성광의 SNS에 몰려가 그를 탓하는 내용의 댓글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박성광뿐 아니라 오히려 고인까지 모독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5일 현재 박성광이 지난 10월 27일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900개 넘는 댓글이 달려있다. 해당 게시물은 그저 박성광 본인의 사진 3장을 올린 것으로, 박지선과는 어떤 관련도 없다.
하지만 “지선 언니 맘 좀 받아주지.ㅠ 결혼 소식에 우울해져서 자살했나 봐요”라는 근거 없는 추측성 댓글부터 “박성광은 진실을 인양하라”라는 박성광에 책임을 덧씌우는 내용의 댓글까지 달린 상태다. 단지 박성광이 KBS개그콘서트에서 박지선과 호흡을 맞췄고, 미디어에 두 사람의 ‘러브라인’ 이미지가 강조됐던 사실이 이러한 악플의 빌미다.
이와 관련 김주환 동아대 교수는 “고인 죽음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지인에게 공격을 가하는 것은 일종의 ‘서사 만들기’”라고 지적했다. 박지선 같이 대중에게 선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의 사망에 분노·슬픔 등 감정을 표출하고 싶은데, 선악을 나눠 ‘악’으로 설정된 인물을 무너뜨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악플에 응수하는 선플 역시 만만치 않다. “이러는 게 고인을 더 모욕하는 것”, “명복만 빌어야죠. 왜 여기 와서 박성광님 가슴에 대못을 박나요”, “설리 때도 최자한테 그렇게 악플 달더니 정신 못 차렸나”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지선 언니 맘 좀 받아주지..” 댓글의 경우 400개가 훌쩍 넘는 대댓글이 달렸는데, “또 다른 생명을 앗아가려 하는 건가. 소름 돋는다”, “신고하겠다” 등 비판성 내용이 대부분이다. 다만 선플조차도 악플과 맞붙으면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고인 측근에 대한 악플 세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걸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설리가 사망한 직후 연인이었던 최자의 SNS에는 무수한 악플이 달렸다. ‘죽어라’ ‘네 탓이다’ 등 심각한 수위였다.
그보다 앞서 2017년 샤이니 종현이 생을 마감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실제 그 이듬해 같은 그룹 멤버 키는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 “‘(종현의 죽음을) 마케팅으로 활용한다’는 악플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악플로 인한 연예인들의 잇따른 죽음을 계기로 포털도 개선 움직임을 보였다. 네이버와 다음은 연예기사의 댓글 창을 이미 폐쇄했다. 문제는 그 역효과로 악플러들이 유명인 등의 사적 SNS로 넘어가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유명인)의 죽음에 감정이입을 해 감정의 배출구를 찾는다”며 “사회가 병리적일수록 이런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탓에 결과적으로 애도는 지워지고 공격만 남은 셈”이라고 평했다.
오늘(5일)은 고 박지선의 발인이다. 장지는 기존 벽제승화원에서 인천가족공원으로 변경됐다.
박성광이 10월 27일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 박지선과는 어떤 연관성도 찾아볼 수 없다 / 사진=박성광 인스타그램 갈무리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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