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우편투표 마지막 개표까지 승자 모른다… 예고된 불복소송 [2020 미국의 선택]

美대선, 우편투표 변수 될까..최악땐 2000년 소송전 재현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우편 6일, 노스캐롤라이나는 12일까지 받아
지연개표 놓고 논란 불씨는 남아
선거인단 명단 확정 늦어질 수도

우편투표 마지막 개표까지 승자 모른다… 예고된 불복소송 [2020 미국의 선택]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후보는 우편투표가 개표가 끝날때까지 지켜보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사기라면서 대법원에 소송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우편투표가 마무리되더라도 당락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이미 주요 경합주에서 우편투표의 방향이 대부분 정해졌기 때문이다. 미 선거 집계 사이트 미국선거프로젝트(USEP)는 4일 기준으로 사전에 우편투표를 신청했으나 주정부 선거관리위원회로 돌아오지 않은 투표건수가 2685만8126건이라고 추산했다. 선관위에 돌아온 우편투표(6524만4687건) 대비 약 절반이 아직 개표되지 않은 셈이다.

■경합주 우편투표 거의 마무리

워싱턴DC와 미국 50개주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우편을 이용한 사전투표를 허용하면서 마감기한을 제각기 다르게 잡았다. 51개 지역 가운데 28개 지역은 투표일(11월 3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유효하다고 보고 개표하기로 했다. 나머지 22개 지역은 투표일 당일 혹은 이전에 찍힌 우편 소인만 있으면 우편이 다소 늦게 도착하더라도 개표하기로 결정했다. 지연 개표를 허용한 22개 지역에 배정된 선거인단은 317명으로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59% 규모다.

그러나 22개 지역 가운데 경합주는 많지 않다. 북부의 쇠락한 산업지대에 속한 '러스트벨트' 3개주의 경우 미시간과 위스콘신주는 투표일 당일 우편을 마감하지만 펜실베이니아주는 11월 6일까지 우편을 받는다. 일조량이 많은 남부 '선벨트' 지역에서는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주가 투표일까지 우편을 받고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이달 12일까지 우편을 받는다. USEP에 따르면 4일 기준으로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우편투표 회수율은 각각 80.9%, 64.4%였다.

게다가 우편 당국은 우편투표 회수를 지금보다 서두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3일 미 연방우체국(USPS)의 변호인단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인력과 작업 규모상 우편투표 용지를 법원이 제시한 일정대로 빨리 선거당국에 보내라는 법원 명령을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연방법원은 USPS에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3일 오후 3시까지 우편물 처리시설에 있는 우편투표 용지를 모두 확인해 각 주에 즉시 발송하고, 오후 4시30분까지 우편투표 용지가 남아 있지 않음을 증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USPS에 의하면 3일 오전 기준으로 각 지역 선거관리 당국으로 발송되지 않은 투표용지는 30만523장에 달했다.

■2000년 소송전 재현될까

대선과 개표를 둘러싼 가장 가까운 사례는 2000년 미 대선이다.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플로리다주 유권자 투표에서 537표 차이로 져서 선거인단 25명을 빼앗겼고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패했다. 고어는 선거일 당일 패배 선언을 했지만 플로리다주 선거 부정 의혹이 일자 선언을 철회하고 대법원 소송과 함께 수작업으로 재검표를 요구했다. 당시 플로리다주 법원은 고어의 요청을 들어줬지만 연방 대법원은 5대 4로 재검표가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우파 성향이 강했던 대법원은 고어의 재검표 요구가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권리와 충돌한다며 재검표를 중단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우 지난달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 대법관 취임으로 대법원 내 정치 지형이 우파 6, 좌파 3으로 기울어진 만큼 대법원을 동원한 법정 싸움에서 유리해졌다.

고어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투표 이후 5주 동안 패배 선언을 거부했지만 판결 이후 "선거 위기를 더 이상 확산해서는 안된다"며 결과에 승복했다. 사실 고어는 플로리다주 패배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에서 비슷한 소송을 계속 제기해 선거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었으나 일단 판결에 승복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들이 당시 고어처럼 대의를 생각해 판결에 순순히 승복할지는 알 수 없다.

■최악에는 하원이 대통령 선출

미국 대선은 유권자가 투표일에 538명의 선거인단을 뽑고 해당 선거인단이 12월 14일에 모여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해당 과정이 진행되려면 최소한 12월 8일까지 선거인단 명단이 확정되어야 한다. 만약 트럼프가 소송전으로 선거인단 확정을 지연시키면 권력 이양 단계에서 파행이 불가피하다. 미 선거법에 따르면 각 주의 주의회는 유권자 투표 파행으로 선거인단 선출이 불가능할 경우 자체적으로 선거인단을 선출할 수 있다. 현재 주요 경합주 의회는 공화당이 쥐고 있기에 주의회가 선거인단을 뽑는다면 트럼프 진영에 매우 유리하다.

선거인단이 어떻게든 12월 14일 대통령 투표를 치러도 고비가 남았다. 미국은 다음달 대선과 동시에 100석 중 35석의 상원의원과 하원 전체를 동시에 선출하며 새로 선출된 의회는 2021년 1월 6일에 선거인단 투표함을 열어 개표 및 투표 인증을 진행한다.
집계 결과 과반 득표 후보가 없다면 하원과 상원은 의원들의 투표로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는다. 양원은 승자가 결정될 때까지 투표를 반복하고 취임식 전날인 1월 19일까지 승자를 결정하지 못하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민주당 소속 펠로시 의장은 3일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법률과 하원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